맥주 트렌드가 바뀐다…편맥·혼맥·책맥 이어 '낮맥' 등장

입력 2019-04-04 10:31   수정 2019-04-04 14:03

직장인 73.5% 저녁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
저녁 회식 때 행해지던 폭음 대신 낮에 가볍게 마시는 낮맥 인기
낮맥은 업무적 관계와 개인적 관계 구분짓는 상징




직장인을 중심으로 맥주를 마시는 문화가 바뀌고 있다. '치맥(치킨+맥주)'으로 본격화된 맥주 문화는 '피맥(피자+맥주)', '혼맥(혼자 마시는 맥주)', '편맥(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마시는 맥주)', '책맥(서점에서 책을 보며 마시는 맥주)'으로 진화했다. 이제는 '낮맥(점심시간인 낮에 마시는 맥주)'이 등장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미투 영향으로 저녁 회식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란 분석이다.

4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 230명에게 회식을 주제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응답자 중 73.5%가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회식 유형은 '점심시간에 하는 맛집 탐방 회식'이 58.7%로 가장 높았고 공연 등을 관람하는 '문화 회식'이 36.5%로 다음을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관련 업계의 매출 증가 추세로도 증명됐다. 편의점 CU(씨유)에 의하면 낮맥의 주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오전 11시~오후 2시 맥주 카테고리의 매출은 2017년 대비 2018년에 9.5% 증가했고 올해(1~3월)는 6.6% 증가했다. 낮 시간대는 주류 판매가 두드러지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례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코엑스에 위치한 신세계푸드의 수제맥주펍 '데블스도어'에도 점심 시간마다 직장들이 맥주를 마시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낮맥(11:30~15:00) 일일 판매량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대비 14% 늘었다. 특히 주말 낮맥 판매량은 일 평균 판매량보다 59% 높게 나타났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워라밸 문화가 정착하면서 점심식사와 가볍게 수제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 낮맥과 어울리는 피자, 리소또, 파스타, 스테이크 등 관련 메뉴를 20여종으로 늘렸고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낮맥의 등장은 근무 형태 변화와 미투 운동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미투 영향으로 저녁 회식보다 낮에 하는 회식이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라고 했다.

공유 오피스 확산도 낮맥 증가 요인이란 분석이다. 업무 중에도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미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무실 공용 휴식 공간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 형태의 자리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최근 18호점까지 지점을 확장한 '패스트파이브'에서는 지난해 모든 지점에서 맥주 15600L가 소비됐다. 이는 500ml 맥주잔 기준으로 약 3만1200잔 분량이다. 관계자에 의하면 대부분 점심 시간을 비롯한 낮에 자유롭게 소비됐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위워크, 워크플렉스, 가라지 등 대부분의 공유 오피스들이 맥주를 무제한 제공해 낮맥 트렌드의 중심축이 됐다는 평가다.

이태원의 한 수제햄버거 가게 점원은 "낮에 맥주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저녁 영업만 하던 펍들이 점심 장사를 하기 위해 오전에 문을 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가벼운 음주에 어울리는 안주를 개발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낮에 마시는 맥주는 취하기 위해 마시기보단 회식 기분을 내는 것이 주 목적"이라며 "소주에 비해 도수가 낮고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맥주가 직장인에게 제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림생맥주인 '맥스'와 프랑스에서 수입하는 '크로넨버그1664 블랑'이 풍미와 향이 풍부해 낮맥으로 인기"라며 "1664블랑은 매년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며 6년간 평균 300% 이상 성장해왔는데 낮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문화 컨설턴트이자 '기업문화 오디세이'의 저자인 신상원 작가는 "낮맥의 등장은 과거 일과 삶이 하나였던 기업문화가 이제는 분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낮맥은 업무적 관계와 개인적 관계를 구분 짓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고 해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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