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KT '케뱅' 대주주 적격심사 사실상 중단

입력 2019-04-04 17:43  

KT,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서 조사 결과 앞둔 상황
금융위 "심사 강행땐 역풍" 우려



[ 강경민 기자 ] KT에 대한 금융당국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격성 심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을 낸 카카오도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정위 조사에 부담 느낀 금융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실무 차원에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KT의 위반 혐의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사를 강행하는 건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KT는 지난달 13일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 심사신청서를 냈다. KT가 금융위의 승인 심사를 통과하면 현재 10.0%인 케이뱅크 지분을 최대 34.0%까지 늘릴 수 있다.

금융위 심사는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못했다. KT의 적격성 심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공정위가 KT 등 통신사들의 담합혐의를 잡고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은행업 감독규정은 금융당국 및 공정위·국세청·검찰의 조사·검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도 정치권 등에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KT에 대한 적격성 심사 중단 여부는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금융위는 중단 여부를 늦어도 이달 중순엔 KT에 통보할 계획이다. 지난 1월 59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케이뱅크의 주금 납입일이 오는 25일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심사 중단설’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심사 중단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재판받는 카카오도 영향받나

금융위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 조사뿐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는 2015년 10월 케이뱅크에 인가를 내줄 때 관련법을 어기고 특혜를 줬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난에 한동안 시달렸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초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금융위를 압박하기도 했다.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면 카카오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3일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내용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및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M이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계열사 공시 누락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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