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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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림녹화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숲가꾸기 정책’ 덕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농림부 소속 산림국을 산림청으로 독립시키고 새마을운동과 함께 전 국민 나무심기를 독려했다. ‘땔감 혁명’도 단행했다. 가정 연료를 나무 대신에 석탄과 석유로 바꿨다. 중화학공업 육성과 산림녹화·새마을운동을 병행한 균형성장 모델이었다.
정부는 1970년대 초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식목일 전후를 식수(植樹)기간으로 확대하면서 지역별 기후에 맞는 나무를 심는 데 주력했다. 이런 노력에 발맞춰 SK임업과 유한킴벌리 등 기업들도 녹화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재를 털어 숲을 일군 ‘조림왕’ 임종국 등 민간인들의 헌신 또한 눈물겨웠다.
한국 최초의 임학박사인 현신규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 풍토와 기후에 맞는 신품종 나무를 개발해 산림녹화를 뒷받침했다. 그가 개발한 리기테다소나무는 미국에 ‘기적의 소나무’로 소개됐고, 1962년 미국 의회가 원조 삭감을 논할 때 그동안 한국을 지원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로도 쓰였다.
그 시절 녹화사업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었다. 이제는 숲이 주는 생활·환경·건강에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림이 흡수하는 대기오염 물질은 연간 107만t에 이른다. 축구장 한 개 크기의 숲이 매년 168㎏의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을 줄여준다.
도시숲이 도심 초미세먼지를 40.9%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도시숲의 경제적 효과는 한 해 5억달러(약 5600억원)를 넘는다. 일본에서는 벚꽃 하나만으로 한 해 1600억엔(약 1조600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벚꽃관광의 경제효과 6500억엔(6조5000억원) 중 외국 관광객의 소비가 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도시숲 면적은 아직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60%에 불과하다. 올해 관련 예산 2500억원을 투입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에서는 씁쓸한 소식도 들린다. 최근 3년간 태양광발전용으로 훼손한 산지가 여의도(290㏊)의 15배, 베어낸 나무가 233만 그루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식목일 행사가 무색하다. 예부터 “국가 경영의 기본은 치산치수(治山治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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