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생색내기 정책에 멍든 트럭운전사들

입력 2019-04-04 18:09  

박상익 산업부 기자 dirn@hankyung.com


[ 박상익 기자 ] “이럴 거면 지원금은 왜 준다고 합니까. 서민들 상대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수화기 건너 들려오는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자영업자 박모씨(61)는 최근 10년 된 자신의 1t 트럭을 바꾸려던 계획을 틀었다고 했다. 노후 경유 트럭을 액화석유가스(LPG) 트럭으로 전환하면 보조금을 준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신청했지만 “이미 신청자가 지원 한도를 넘었다”는 통보만 돌아왔다고 했다.

환경부가 ‘LPG 1t 트럭 전환사업’을 시행한 건 올 들어서부터다.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1t 트럭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조기 폐차 보조금(최대 165만원) 외에 추가로 40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합쳐 38억원에 불과하다. 950대만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자동차 배출가스 5등급인 1t 경유 트럭이 82만 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결국 사업 시행 한 달 만에 지원 대상자는 마감됐다. 한발 늦게 신청한 운전자의 대다수는 LPG 트럭 구매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노후 경유 트럭 수를 줄이기 위해 건넨 ‘당근’치고는 너무 작았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은 커다란 ‘채찍’을 들었다. 지난달 13일 LPG 차량의 구입 제한을 없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도 개정한 것. 이 법에는 어린이 통학버스와 화물을 집하·분류·배송하는 자동차는 2023년 4월부터 경유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경유를 쓰는 1t 트럭은 택배용 차량으로 새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보조금 지원은 ‘생색내기’였을 뿐 실제론 경유 트럭이 도로를 못 다니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라는 불만이 자영업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1t 트럭 운전자의 대부분이 서민인 만큼 이들이 자발적으로 ‘LPG 전환’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업해 1t 트럭 전환 사업의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마침 9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1t 트럭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수많은 트럭 운전자의 바람이 이번 추경에 반영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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