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황하나 체포된 마당에 여전히 김치팔이" vs '아버지가 무슨 잘못'

입력 2019-04-05 10:00   수정 2019-04-06 00:26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파워 블로거 황하나(31)씨에 대한 마약 혐의가 최초 보도된 지난 1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황하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김치 판매 공지가 올라왔다.

재벌가 일가라는 사실이 일찌감치 알려진 황씨는 유명세를 이용해 자신의 SNS 계정을 아버지가 운영하는 쇼핑몰과 연결시켜 소고기, 킹크랩, 화장품, 딸기, 압박스타킹, 수소수 제조기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판매해 왔다.

명품을 휘감고 돈에 아쉬울 것 없어 보였던 황씨가 '나는 깐깐하다', '아무 제품이나 소개하지 않는다', '내가 써보고 좋은 것만 판매한다', '좋은 제품이라 소개하고 싶어서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았다'는 전략으로 제품을 소개하면 이는 곧바로 조기 품절, 매진으로 이어졌다.

이런 대박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일까.

황씨가 수년 전부터 마약을 투약하고 마약 운반책으로 활동해 왔다는 혐의를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약보도 당일 그의 SNS에 김치 판매 공지 글을 올린 운영자의 속내가 궁금하다.

미처 보도되는 사실을 모르고 판매를 시작했더라도 그간 황씨를 믿고 그 아버지가 운영한다는 쇼핑몰을 믿고 구매해 왔던 소비자들에게 어떤 해명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한 술 더 떠 쇼핑몰에는 김치의 맛과 중독성을 강조하기 위해 친절하게도 '마약김치'라는 태그까지 곁들였다.

이 문구가 논란이 되자 현재는 '마약김치' 내용은 삭제한 상태지만 4일 황씨가 슬리퍼 차림으로 병원에서 긴급체포된 이후에도 김치 판매는 건재하다.

황씨 계정 팔로워를 모두 장사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19만 명이나 되는 잠재적 소비자를 도저히 버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해당 쇼핑몰 Q&A에 지난 4일 글을 올린 한 고객은 "신뢰하고 구입했던 사람으로서 그동안 사서 먹었던 것까지 불안하고 이 사이트를 볼 때마다 고통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객은 "이제 간판 내리는 것이 어떨지. 딸이 체포됐는데 아직도 영업이라니. 한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 믿고 화장품 구입한 내가 호구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운영자는 이런 글들에 "실망시켜 드렸다면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황씨 아버지 쇼핑몰에는 전화를 걸어도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면 바로 끊어버리는 상황이다.

황씨가 마약에 중독됐을 당시 횡설수설했다고 추정되는 영상이 뉴스에 보도된 이후 게시판에는 ''몽롱하다 몽롱해'라는 글이 올라왔지만 운영자는 이에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피해나 어려움을 당했다면 죄송하다. 이렇게 글을 적어서 행복하다면 다행이다"라고 했다.

네티즌들은 "딸이 잘못했다고 가족연좌제도 아니고 가족에게 책임을 묻지는 말아야 한다", "아버지는 무슨 죄냐", "그동안 샀던 물건들에 대한 신뢰도 와르르.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유기견 돕는다고 가방 팔더니 일부만 기부하기도", "멘탈이 장난 아니다"라는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황씨는 2015년부터 마약 관련 혐의를 받아왔으나 그동안 번번이 수사망에서 벗어나 수사당국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던 인물이다. 특히 “아버지와 경찰청장이 친하다”고 직접 발언한 정황이 발견돼 이같은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재 경찰은 황씨에게 모발과 소변 임의 제출을 요청했으나 황씨가 거부해 마약 검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경찰이 신청한 황씨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역시 검찰이 모두 반려해 강제수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5일 황씨가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이르면 오늘 중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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