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입주 많아…공급대란 기우"
지난해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과 인허가 건수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허가 건수는 2017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를 근거로 2~3년 뒤부터 새 아파트가 부족해지고 아파트값이 다시 치솟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략 2023년부터 공급부족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공급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분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 다주택자 세 부담 증가로 주택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급대란 없을 것”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착공실적은 4만4673가구로 2017년(5만981가구) 대비 12% 감소했다. 아파트 건설에 통상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를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선 공급 위축에 따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파트 착공실적은 2017년을 제외하고 지난 8년 중 가장 많다. 2011~2016년 평균인 3만4372가구보다 30%가량 높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착공 물량도 여전히 많다. 지난해에는 17만8966가구가 착공해 지난 8년 평균(16만698가구)을 웃돌았다. 2011~2014년에 비해 46~64% 정도 많은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에서 공급이 예정된 아파트가 7만여 가구로 많아 향후 2~3년간 물량이 부족하거나 공급 충격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 착공량 및 인허가 건수 감소만으로 향후 공급 대란이 온다는 전망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3년 뒤부터 서울 재건축 대거 입주
2022년 이후에도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풍부하다. 신규 입주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건축 아파트가 연달아 준공해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2848가구로 전년(7만4984가구)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이 시기에 인허가를 받은 아파트 10만여 가구가 2022년경에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2022년의 재건축 입주 물량은 주로 서울 동남권에 모여 있다. 서초구에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090가구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클래스트(5748가구)’가 들어선다. 올해 말 분양할 신반포3차·반포경남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2971가구)’도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다. 6642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있다. 이 단지와 가까운 개포주공4단지도 ‘개포 그랑자이(3343가구)’로 탈바꿈해 2022년 입주한다. 같은 해 강동구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둔촌주공재건축’이 입주한다. 1만1000여 가구의 미니신도시급으로 조성되는 이 단지는 오는 10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 시점에 당해 인허가 물량에 반영된다. 서울시 정비사업 통계에 나온 재건축 아파트 및 공동주택 104개를 분석한 결과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4.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고 주민 이주 지연 등의 이유로 기간이 더 늘어나는 사례도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준공예정 시기에서 1년 안팎으로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한 해에 입주가 대거 몰린 만큼 입주 시기도 횡적으로 넓게 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정책·경기 변동이 관건
전문가들은 세제, 금리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수급 여건 변화가 더 큰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주택 공급은 예측할 수 있지만, 수요 변화는 원인이 다양하고 예측하기 비교적 어려워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택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다주택자 투자 수요가 지난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많이 위축됐다”며 “이러한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입주 물량에 크게 상관없이 아파트 매매 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공급이 역대급으로 적었던 IMF 때도 집값은 폭락했다”며 “인허가 물량 등 공급 측면보다 외국발 경제 위기 같은 예측하지 못한 이벤트에 따른 수요 변화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