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세포 종양유발 가능성 대두
회사 측 "일정 기간 이후 사멸돼"
[ 전예진 기자 ]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사진)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골세포인 줄 알았던 성분이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이 미국 임상 과정에서 밝혀졌는데요. 신장세포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투여받은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인보사를 맞고 암에 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인보사에는 성장인자(TGF-β1)를 넣어 형질을 전환한 사람의 연골세포가 들어가야 하는데요. 성장인자는 한 살 된 태아의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를 활용해 증식시킨 다음 신장세포에서 분리해 연골세포에 넣어줍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신장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장세포는 무한증식세포로 분열 속도가 빨라 성장인자를 대량으로 만들기 적합합니다. 잘못하면 암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보사에서 발견된 ‘GP2 293’ 세포의 원료인 HEK 293 세포를 쥐에게 투여했더니 암이 생겼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장세포를 의약품 원료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방사선에 노출시켜 세포가 망가졌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형질전환세포는 사람의 성장인자를 전달해주는 역할만 하고 일정 기간 후 몸속에서 완전히 없어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절강에 주사하는 약물이어서 혈관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는데요. 인보사를 투여한 11년 동안 3500여 명의 환자에게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포의 이름만 바뀐 것일 뿐 안전성과 효능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하면 임상시험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결국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을 허가한 책임론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은 인보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의 신뢰도는 치명타를 입겠죠. 그렇다고 성분 변경을 받아들이고 허가를 유지한다면 의약학계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담을 줄이고자 추가 독성 시험 등 임상을 보완해 다시 허가를 받는 절충안이 논의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다른 세포로 밝혀진 이상 293 세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293 세포가 얼마나, 어떻게, 언제 유입됐는지도 밝혀져야 합니다. 애초부터 형질전환세포를 만드는 데 실패해 신장세포가 연골세포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형질전환된 연골세포와 함께 정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293 세포의 찌꺼기가 섞여 들어간 것인지 의문투성이입니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오는 15일께 인보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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