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자"…분당으로 치닫는 바른미래

입력 2019-04-05 17:38  

'보선 참패'로 내분 격화

바른계, 손학규 대표 사퇴 요구
국민계 "내부 총질이 원인" 반박



[ 박종필 기자 ]
바른미래당의 집안싸움이 ‘분당(分黨)’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4·3 보궐선거 지원을 이유로 그동안 억지로 묶어놨던 당내 갈등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터진 것이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경남 창원 성산 선거에서 민중당(3.79%)에도 밀린 4위(3.57%)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에 대한 평가와 책임론이 분분했다. 손학규 대표가 먼저 “주변에서 ‘질 게 뻔하다’고 저를 말렸지만 후보를 냈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의 자세”라며 “우리는 뭉쳐야 하고 당을 흔드는 시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손 대표를 겨냥한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지율 3.5% 수준으로는 수권이 불가능하다”며 “지도체제가 바뀌어야 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으면 한다. 그것이 싫다면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손학규 방식에 대해 국민은 ‘아니다’고 한다”며 “손 대표가 결단해야 하고 지도부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해 지도부 총사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7명 중 3명이 사실상 손 대표의 사퇴와 지도체제 전환을 공식 요구한 것이다.

바른정당계가 포문을 열자 국민의당계가 격분했다. 이찬열 의원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대표와 원내대표의 잘못이 아니라 몇몇 의원의 내부 총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맞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뭉쳐서 새 집을 짓고 끝없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 출범한 지 1년3개월여 동안 ‘국지전’ 형식의 양측 신경전은 수시로 벌어졌지만, 대놓고 “갈라서자”는 발언이 회의 석상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써 당내 갈등을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던 당 지도부도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태도다.

당 윤리위는 이날 손 대표에 대해 “찌질하다” “벽창호다” 식의 공격을 한 이언주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1년간 당원권이 정지되면 다음 총선 때 바른미래당에 공천 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재선 도전을 포기하라는 의미로 ‘자진해서 당을 나가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징계 결정 직후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저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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