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진압 제대로 대응 못했다면
정부도 손해배상 소송 당할 수도
[ 안대규/조재길 기자 ] 고성·속초 화재의 원인은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선에 외부에서 날아온 이물질이 부딪히면서 발생한 불꽃(아크)으로 추정된다. 당초 변압기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발화 현장에 변압기는 없었고 300만원짜리 개폐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폐기는 전주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이다.
한전 측은 그러나 5일 “개폐기는 내부에 공기가 없는 진공절연개폐기로 기술적으로 폭발할 일이 없다”며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불꽃이 발생하면서 개폐기 주변에도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이날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강풍 등 자연재해를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한전이 시설관리에 부실했거나 정부가 화재 진압을 제때 못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손해배상소송 제기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민법은 시설물 관리자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부과한다”며 “외부 물질의 유입을 막고, 설사 불꽃이 발생했더라도 이것이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았다면 이 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화재 원인이 규명된 뒤 소송 제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립 화우 변호사는 “발화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진압 대응 및 시설 관리 부실도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산불 피해자들을 대리해 1998년 법원에서 정부 배상 결정(84억원)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는 “소방차가 늦게 출동하는 등 화재 진압 과정상 문제가 입증되면 정부도 피해자로부터 소송당할 수 있다”면서도 “국유림 손실을 본 정부가 화재 책임자에 소송 제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대규/조재길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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