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봄 가뭄에 '태풍급 양간지풍'이 火 키워

입력 2019-04-05 17:42  

강원도 잦은 산불피해 왜

태백산 타고 돌풍으로 변신
밤사이 해변가로 빠르게 번져
불 몰고온다 '火風' 별명도



[ 임락근 기자 ] 강원 고성의 산불로 봄철 강원 지역 대형 화재의 악몽이 또다시 재연됐다. 영서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영동을 향해 빠른 속도로 부는 건조한 바람인 ‘양간지풍(襄杆之風)’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오후 7시17분께 고성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밤사이 시속 5㎞에 이를 만큼 빠른 속도로 해안가로 번졌다. 강한 바람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후 미시령에는 순간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몰아쳤다. 해안가에도 바람의 속도가 초속 20m를 넘었다.

이 바람이 소위 ‘양간지풍’이다.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다. 고성 속초 강릉 등 영동지방은 4월이 되면 태백산맥을 넘어온 서풍이 분다. 건조한 바람이다. 이 바람은 태백산맥을 따라 내려오면서 풍속이 올라가고 강해진다. 이때 국지적으로 강한 돌풍이 분다.

조그마한 산불이라도 양간지풍을 타면 산간지역을 따라 강릉 속초 등 도심지역까지 빠른 속도로 번진다. 불을 몰고 오는 바람이라는 뜻의 ‘화풍(火風)’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12년 2월 강원 영동지역에 한번 불이 붙으면 대규모로 번지는 이유로 양간지풍을 꼽은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고성 산불은 밤사이 초속 20∼30m의 강풍을 타고 번져 고성 지역 콘도와 속초 시내,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까지 집어삼켰다. 밤에 산불이 나면 동쪽으로 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밤이 되면서 공기가 차가워져 산에서 해안가로 부는 바람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면적 82%가 산림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영향에 더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등 침엽수림도 많아 피해가 커졌다. 지난 2일부터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탓도 컸다.

그동안 강원에서는 봄철마다 큰불이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1996년 3762ha를 태운 고성과 1998년 301ha의 피해를 낸 강릉 사천, 4개 시·군에 걸쳐 2만3138ha를 불태운 2000년 동해안 대형 산불 등도 봄에 일어났다. 2004년 속초 청대산(180ha)과 강릉 옥계(430ha), 2005년 양양(1141ha) 등 산불도 마찬가지였다.

12년 동안 잠잠하던 동해안 산불은 2017년 삼척(765ha)과 강릉(252ha)을 시작으로 다시 재연됐다. 지난해 2월 삼척 노곡(161ha)과 도계(76ha)에 이어 3월 고성 간성에서 356ha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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