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 이번주 돌입…모디 "안보" vs 간디 "경제 심판"

입력 2019-04-07 17:39  

유권자 9억명…세계 최대
여론조사 모디가 약간 우세



[ 설지연 기자 ] 전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로 꼽히는 인도 총선이 오는 11일 시작해 6주간 열린다. 유권자 9억 명에 투표소 100만 개, 선거비용은 최대 100억달러(약 11조3800억원)로 예상돼 규모만으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록사바’로 불리는 연방 하원 543석을 선출하는 인도 총선은 11일 우타르프라데시, 웨스트벵골 등을 시작으로 다음달 19일까지 전국 29개 주에서 7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개표는 5월 23일 하루 동안 이뤄진다.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한 정당이 총리를 배출하고 정권을 잡는다.

이번 총선에선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사진 왼쪽)의 집권 인도국민당(BJP)과 라훌 간디 대표(오른쪽)가 이끄는 인도국민회의(INC)가 맞붙는다. 2014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압승한 데 이은 ‘리턴 매치’다. 5년 전 친기업 정책을 내놓으며 경제 리더로 돌풍을 일으켰던 모디 총리는 파키스탄과의 분쟁 등 안보를 앞세워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간디 대표는 모디노믹스 심판자를 자처하며 정권 교체에 나섰다.

모디 총리는 5년 전 총선에서 구자라트주 주총리 시절의 경제 치적을 내세워 1984년 이후 처음 단일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처지가 달라졌다. 모디노믹스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실업률(6.1%), 농촌 경제 악화 등으로 공격받고 있다.

전임 정권에서 매년 3.6%에 달했던 농업 부문 성장률은 모디 총리 집권 이후 5년간 평균 2.5%로 떨어졌다. 인도 인구의 70%가 농업과 연계돼 있는 만큼 모디 총리의 재선에 걸림돌이 되는 대목이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까지 연 7% 안팎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둔화된 경제 성장을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간디 대표는 이런 약점을 노려 ‘소득 하위 20% 가구에 월 6000루피(약 9만9000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민생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모디 총리도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4일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연 6.25%에서 6.00%로 인하한 것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안보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올 2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인도 경찰 40여 명이 숨진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모디 총리는 즉각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고 48년 만에 파키스탄 공습을 단행했다. 안보 불안은 인도 강경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인도의 엄격한 신분제 측면에서 봐도 의미가 있다. 모디 총리는 카스트 제도의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 출신으로 차(茶)를 파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반면 간디 대표는 인도 최고 정치 명문가인 ‘네루-간디’ 가문 출신으로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의 증손자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모디 총리 지지율이 60%대로 다시 높아지면서 재집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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