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발행계획도 없는데…기대와 우려 한 몸에 받는 '삼성코인'

입력 2019-04-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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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하면 그게 제도권 진입" 기대
"삼성과 경쟁 가능한 스타트업 있냐"는 공포




'삼성 코인'.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삼성의 암호화폐 발행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삼성이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든다면 그만큼 확실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삼성 코인 '설'은 올해 삼성전자가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암호화폐를 이용할 수 있는 '갤럭시월렛'을 탑재하면서 더 증폭됐다. 나아가 삼성이 직접 블록체인 메인넷을 구축하고 암호화폐 발행에도 나설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까지 나온다.

업계 반응은 기대와 공포가 엇갈린다.

우선 삼성코인이 실제 등장한다면 숙원이던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자연스레 뒤따르고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갤럭시S10의 갤럭시월렛은 소프트웨어다. 갤럭시월렛 가동을 위한 전용 하드웨어는 없다. 바꿔 말해 삼성전자에서 최적화 등 약간의 작업을 거치면 모든 삼성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갤럭시S8 시리즈의 첫해 글로벌 판매량은 약 3700만대였다. 갤럭시노트8은 약 1100만대, 갤럭시S9은 약 3500만대다. 여기에 갤럭시노트9와 갤럭시S10 등을 더하면 지난 2년간 판매된 플래그십 스마트폰만 약 1억대에 달한다.

만약 삼성이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경우, 생태계 확대를 위해 구형 스마트폰은 물론 향후 출시 스마트폰에도 월렛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삼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이 하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경쟁적으로 암호화폐 기능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암호화폐 생태계가 구축되는 셈이다.


암호화폐를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분야에 삼성 계열사 서비스가 포진한 점도 기대를 모은다. 자체 메인넷을 내놓으면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페이에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가치변동이 적은 암호화폐)을 적용하면 중간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성카드를 통한 신용공여 기능을 매우 낮은 수수료에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시세변동이 적어 JP모건 등 기존 대기업도 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의료원 등을 통해 보험과 의료정보에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적용할 수 있다. 운동 또는 건강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면 암호화폐를 지급하고, 병원 치료를 받는 경우 블록체인으로 증빙자료를 공유해 보험금을 즉시 지급하는 식이다.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은 리조트와 호텔 이용객에게 블록체인 기반 로열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제조·중공업 계열사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 협력사 대금 암호화폐 지급 등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삼성 코인 메인넷과 스테이블 코인이 나올 경우 다양한 분야에서 즉각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업계에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만 104조2100억원에 달했다. 삼성 브랜드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급보증을 한다면 법정화폐 못지않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스테이블 코인은 경쟁도 못 해보고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블록체인 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삼성이 다양한 분야에 '사용처가 확실한 완성도 높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선보인다면 기존 업체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삼성 계열사가 존재하는 모든 시장에서 삼성 코인 독점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삼성이 하면 그게 바로 제도권 진입'이란 기대가 있다"면서도 "블록체인 기업은 대부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데 삼성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겠느냐. 등장 즉시 블록체인 업체 대부분의 생사여탈권을 삼성이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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