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조현아 모녀, 가사도우미 재판 미뤄져
조양호 회장 재판·수사 '올스톱'
조양호 회장 별세로 한진 일가와 관련된 재판과 수사 진행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대한항공은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날 새벽 0시 16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폐질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이 사망하면서 고인이 된 조 회장을 비롯해 아내 이명희, 딸 조현아 등 한진 일가와 관련된 재판도 모두 중단되거나 연기될 전망이다.
고 조양호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지난해 10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본래 8일엔 조 회장의 3차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조 회장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면서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중개수수료를 챙기고 자녀인 조현아·원태·현민 씨가 보유하던 주식을 계열사에 비싸게 팔아 계열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규모는 총 270억 원이었다.
형사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사망하면 재판부는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린다. 재판을 진행했던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조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고, 이에 따라 재판장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과 관련된 추가 수사도 종결된다.
조 회장이 배임 행위를 저지르면서 회사에 끼친 손해만큼 본인은 이익을 얻었는데 이 수익에 대한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국세청은 이같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조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모친 묘지기에게 7억 원 규모의 토지를 매각하고 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도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었지만 "피해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고 전했다.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형사 재판도 미뤄지게 됐다. 두 사람은 본래 오는 9일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를 받고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불법 고용을 주도한 이명희 전 이사장은 불구속 기소, 조현아 전 부사장에겐 벌금 1500만 원에 약식기소, 범행에 가담한 대한항공 법인도 벌금 3000만 원 약식기소 했다.
하지만 법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법인에 대해서도 정식 재판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공판으로 넘겼다. 형사소송법상 약식기소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이 법리 판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재판부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본래 이날 재판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이 처음으로 법정에 설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지만, 조 회장의 별세로 재판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해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병원에서 조 회장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운구 및 장례 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했다.
한편 조 회장 일가는 최근 갑질과 전행이 알려져 기업이미지를 훼손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됐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27일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고,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상무 모두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자리에서 내려왔다.
특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한 건,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의 일이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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