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 개발

입력 2019-04-08 17:32  

마이크로바이옴 8년 연구 결실
"미생물로 세포 노화 억제
유익균 활성화로 피부 깨끗해져"



[ 전예진 기자 ]
제약·바이오업계의 화두인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화장품이 나왔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회사 코스맥스는 항노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사람 몸속에 공존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말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당뇨, 비만, 아토피 치료제, 항암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화장품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한국콜마가 지난달 세계 최초의 3차원(3D) 프린팅 화장품을 선보인 데 이어 코스맥스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내놓으면서 한국 ODM 회사들이 화장품업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신 바이오 기술 8년간 연구개발

코스맥스가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개발하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코스맥스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던 2011년부터 피부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역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코스맥스 소재 랩 연구원들은 젊은 여성의 피부에 많이 존재하고 나이가 들면 점차 사라지는 상재균을 찾아낸 뒤 이 균이 피부 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스맥스가 세계 최초로 발견한 이 미생물과 이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신물질은 국제 학술저널인 ‘어플라이드 바이오로지컬 케미스트리’에 실렸다. 코스맥스는 이 미생물이 다른 종과 다른 특별한 이질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스트레인 CX’ 계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현재까지 밝혀진 스킨 안티에이징의 메커니즘과 다른 대사 경로를 규명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곧 발표된다. 관련 특허도 획득했다.

코스맥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에는 이 미생물이 분비하는 대사 물질이 들어 있다. 화장품에는 살아있는 세포나 균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인 CX를 배양한 용액을 정제·제균한 뒤 추출해 화장품에 넣는 방식이다. 줄기세포 화장품에 줄기세포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줄기세포 배양액이 들어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박명삼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장은 “기존에 출시된 안티에이징 화장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포 노화 메커니즘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 혁신 선도

코스맥스는 스트레인 CX의 대사 물질을 넣은 에센스와 크림 등 기초 화장품 100만 개를 생산해 고객사를 통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응용한 스킨과 마스크팩, 색조 화장품 등 새로운 안티에이징 제품 라인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피부 상재균과 노화 메커니즘을 두고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연구도 할 계획이다.

화장품에서 한 단계 나아가 피부질환 치료제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 개발도 기대하고 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지금까지 시장에 소개된 적이 없는 혁신적인 바이오 소재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는 한국 화장품 ODM 회사들이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2년간 연구 끝에 지난달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화장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았다. 의료기기, 전자, 완구 등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사례는 많지만 화장품은 처음이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장품 ODM 업체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분야의 최신 기술부터 4차 산업혁명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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