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타피오카로 만들어 친환경
2년 걸려 적정 배합비율 찾아
먹을 수 있고 버려도 자연분해
[ 심성미 기자 ]
싸고 편리해 영원할 줄만 알았던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등 친환경 소재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스타벅스 등 글로벌 커피 매장들이 동참하면서 친환경 빨대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는 추세다.
종이, 스테인리스 등 각종 친환경 빨대 시장이 열린 가운데 ‘쌀로 만든 빨대’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꽃신 제조업체 연지곤지의 김광필 대표(사진)다. 제품 개발이 끝나자마자 규제가 시행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주문이 밀려들면서 연지곤지는 올해 4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쌀빨대’ 개발한 꽃신 CEO
연지곤지는 국내 7개 꽃신 제조업체 중 하나다. 꽃신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청계천 신발 상가에 제품을 납품하며 연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꽃신 제조업체 사장이 친환경 빨대 개발에 성공한 것은 21개 특허를 보유할 정도의 기술력과 시장 트렌드를 읽어내는 사업감각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신발에 적용할 가벼운 소재를 찾아다니던 중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식용 컵이 출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빨대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당 1원씩 남겨 1억 개만 팔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입에 닿는 제품인 만큼 재료에 거부감이 없어야겠다고 판단했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쌀이 떠올랐다. 2016년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즉시 개발에 나섰다. 신발 부자재를 연구하며 관련 특허 21개를 가지고 있던 그였다. 소재를 배합해 제품을 만드는 건 늘 하는 일이었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완전분해되는 친환경 빨대
쌀빨대 주성분은 쌀과 점성을 높여주는 타피오카(구황식물인 카사바의 뿌리로 만든 전분)다. 베트남 호찌민에 6600㎡ 규모의 쌀빨대 공장을 지었다. 금방이라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시제품은 지난해 8월에야 나왔다. 쌀과 타피오카의 배합비율이 문제였다. 김 대표는 “평소엔 쌀과 타피오카의 비율을 7 대 3으로 만들지만 추워지면 타피오카 비율을 더 높이는 식으로 날씨에 따라 배합비를 달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빨대의 사용성은 플라스틱과 거의 비슷하다. 아이스 음료에 2시간 이상 담가둬야 제품이 불어난다. 먹어 없애거나 버려도 자연분해된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김 대표는 “종이 빨대도 겉면을 코팅해야 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이 사용된다”며 “반면 쌀빨대는 양파망에 담아 바닷물에 담가두면 8일이면 자연분해된다”고 말했다.
11개국 수출계약
쌀빨대의 개당 가격은 35원이다. 플라스틱(3~3.2원)의 10배 수준. 김 대표도 판매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소위 ‘대박’을 쳤다. 시제품을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말레이시아 태국 캐나다 싱가포르 미얀마 라오스 등 11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것. 납품 계약 물량을 합치면 5년간 월 7억 개다. 캐나다와 태국은 이달 말부터 납품이 시작된다.
나머지 국가들은 해당 국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승인이 나면 즉시 납품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김 대표는 “신체 위해성이 없기 때문에 승인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6월부터 본격적으로 11개국에 납품이 시작되면 6개월간 약 4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메리어트호텔과 쉐라톤호텔, 힐튼호텔의 내부 레스토랑과 개인 카페 500여 곳에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쌀로 만든 포크, 스푼, 나이프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뒤 항공사 등으로 판로를 넓혀갈 계획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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