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 촉진 기대하지만
세수 줄어 재정적자 악화 우려
성장률 전망도 0%대로 추락
[ 설지연 기자 ]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가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낮추는 감세 개혁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 경제주체의 활력을 높이는 친시장주의 개혁이 아니라 단지 ‘퍼주기’에 불과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재정적자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1%대 성장을 자신해 온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낮추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감세 정책을 포함한 국가개혁계획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감세 정책은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개인 소득을 5단계로 나눠 23~43%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를 연소득 3만유로 미만에는 15%, 그 이상은 20%로 단순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법인세율도 현재 24%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감세 정책은 통상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오히려 세수가 대폭 줄어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현 정부는 재정적자가 대폭 증가해도 관계없으니 정부 지출을 늘리겠다고 주장하며 반년 내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유럽연합(EU)과 싸웠다. 이탈리아 정부 소식통은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EU가 승인한 예산안의 2.04%를 웃도는 2.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는 감세안과 함께 내놓을 연례 경제·재정보고서(DEF)에서 내년 재정적자 비율을 당초 목표였던 GDP의 1.8%에서 2.1%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가 목표에 비해 돈을 더 풀겠다는 얘기다. 올해 GDP 대비 정부 부채 예상치는 종전 132.1%에서 132.6%로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경제가 올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부가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1% 안팎으로 내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 연합과 오성운동의 연정 체제인 현 정부는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EU 등의 우려에도 올해 1%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해 3분기(-0.1%)와 4분기(-0.2%) 연속으로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포퓰리즘 정책도 시장에서 계속해서 비판받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부터 저소득층에 한 달 최대 780유로(약 100만원)를 지원하는 기본소득제도의 신청자 모집에 들어갔다. 67세이던 연금수급 연령도 조건에 따라 62세까지 낮추기로 했다. 반면 당초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부가가치세 인상은 여론 악화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원 확보 길은 더 좁아지고 있다.
IMF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 중인 퇴직연령을 낮추는 연금 개혁, 기본소득 도입 등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재정 지출만 늘릴 뿐”이라고 경고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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