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유입도 미미…효과 못봐
[ 임근호 기자 ] “SK(주)와 미국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의 간결한 지배구조를 배워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모펀드 ‘KB주주가치포커스’를 운용 중인 KB자산운용이 코스닥 상장사 KMH에 이런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최근 보냈다. KB운용은 KMH 지분 10.24%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SK와 알파벳은 신규 투자는 지주회사가 전담하고, 자회사는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짰다는 게 KB운용 평가다. 반면 KMH가 성공적 인수합병(M&A)으로 2013년부터 6년 동안 지배주주 순이익이 280% 늘었는데도 주가가 35% 오르는 데 그친 것은 복잡한 지배구조와 나빠진 현금흐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 설립돼 방송 송출과 채널 사업을 하는 KMH는 201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13년부터 M&A를 본격화해 2012년 2개에 불과했던 종속회사가 25개로 급증했다. 케이엠하이텍, KMH신라레저, 광명역환승파크 등이다.
KB운용은 적자 회사나 법정 관리·회생 절차 중인 회사 등을 싸게 인수한 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흑자로 전환시키는 게 KMH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620억원이던 KMH 매출은 작년 192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21억원에서 346억원으로 각각 3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모회사 KMH뿐 아니라 상장 자회사들도 M&A에 참여해 인수기업의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KB운용은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분산돼 그만큼 KMH 주가는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며 자회사들이 배당을 하지 않아 KMH의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KB운용이 KMH에 좋은 지배구조 사례로 든 것이 SK와 알파벳이다. SK는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배당을 받아 SK바이오텍, SK바이오팜, SK머티리얼즈 등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고 있다.
KB운용은 SK는 주요 자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을 한 덕분에 2017년에만 총 6900억원을 받아 현금흐름이 우수하고, 신규 사업을 벌여도 이 회사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알파벳도 이 회사가 신규 투자에 전념하고 검색업체 구글, 인공지능(AI) 연구회사 딥마인드,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웨이모 등은 각자 본업에만 집중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KMH는 투자 주체로서의 역할을 보다 확실히 확립하겠다면서 사업 시너지와 현금 유동성을 고려해 투자 주체와 방식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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