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부터 동대문DDP서
옷, 사진, 그림 등 540점 전시
상업성·브랜드철학 융합을 강조
[ 민지혜 기자 ] “지금 패션업계에서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 수평적 사고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유명한 영국 패션 브랜드 ‘폴스미스’를 만든 폴 스미스 디자이너 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8일 방한했다. 그는 오는 6월 6일부터 8월 25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스미스가 디자인한 옷과 사진, 스케치북, 그림 등 패션 관련 제품 540여 점과 수십 년 동안 모아온 명화, 소비자들의 선물 등 1500여 점의 수집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스미스는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 디자이너들은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받아 옷을 만드는지, 패션쇼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등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스미스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0대, 대학생 등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 패션업계는 비슷한 옷투성이고 서로 따라하기 바쁘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영감,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방법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 영국 노팅엄의 9㎡ 크기 공방에서 시작한 폴스미스는 지난해(2017년 7월~2018년 6월) 1억9730만파운드(약 2950억원)의 연매출로 전년보다 6.7% 성장했다. 세계 73개국에 16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꿈은 사이클 선수였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해 꿈을 접었다. 이후 옷가게에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신의 옷가게를 열었다.
스미스의 디자인은 ‘유머와 위트’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미스터 빈을 만난 새빌로’로 불린다. ‘새빌로 스타일(Savile row style)’은 영국의 전통적인 슈트를 말한다. 영국의 유서 깊은 고급 양복점들이 런던 새빌로 거리에 모여 있어 유래한 말이다. 미스터 빈은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이다.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스트라이프 패턴은 어떻게 개발했는지 묻자 그는 “우연”이라고 답했다. 스미스는 “처음엔 한 시즌만 판매하려고 스트라이프를 내놨는데 다음 시즌이 되자 소비자들이 스트라이프 어딨냐고 찾더라”며 “점점 색에 변화를 주면서 브랜드의 시그니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스미스는 건축을 중시하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그는 “나라별 매장의 개성을 살리고 미술작품 같은 매장 내부를 구성하기 위해 건축가 12명과 같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 번째 방한한 그는 “강북의 익선동, 시청 근처, 성수동 등 빠르게 변하면서도 전통적 건축물을 잘 살린 곳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스미스는 “생존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며 “디자인만 잘해서는 안 되고 업태 전체를 잘 이해하고 상업성과 브랜드 철학을 융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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