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의장에 또 '우리법' 출신

입력 2019-04-08 18:02  

김명수 대법원장 "사법 '적폐청산'은 미래 발전 위한 것"
사법개혁 논란 커질 듯



[ 신연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60·사법연수원 15기)이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 앞에서 “사법부 ‘적폐청산’은 과거를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3기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그동안 사법행정을 재판지원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기울인 많은 노력은 과거의 잘못을 탓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지난날을 알아야 했고,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워야만 했다”며 “(검사 수사는) 오직 ‘좋은 재판’이라는 사법부 사명을 위한 미래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이어지는 재판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법부와 자신의 리더십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현직 법관 100여 명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10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 기소 사흘 만에 대법원은 현직 법관 6명을 재판 업무에서 전격 배제했다. 대법원은 연루 법관에 대한 대규모 추가 징계를 검토 중이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자체 조사 결과를 여러 차례 뒤집으며 의혹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했고 검찰을 끌어들여 법원이 위기에 빠졌다는 말이 법관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재판 결과에 따라 일부에서 제기하는 법관 개인의 신상이나 성향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원의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이후 정치권에서 판사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자 사법부 수장으로서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 각급 법원의 대표판사 총 125명 가운데 120명이 참석해 의장으로 오재성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21기), 부의장으로 김동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30기)를 선출했다. 오 부장판사는 2010~2011년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대 의장을 맡았던 최기상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25기)도 같은 모임 회장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 재차 진보 성향 인사가 당선돼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의 회의체로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 등에 관한 사항을 건의하는 기구다. 지난해 11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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