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580여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의향 보여
투자자 수 및 투자수요 모두 한국기업 사상 최대
한국기업 사상 최대 그린본드 발행기록도 경신
≪이 기사는 04월09일(09: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폭발적인 투자수요가 몰린데 힘입어 한국 민간기업 사상 최대인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LG화학은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한국 대표 화학회사라는 점과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성장세를 앞세워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15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해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해외 기관투자가 580여곳이 100억달러(11조4500억원) 이상의 매수주문을 냈다. 유로화로 발행되는 4년물(5억유로)에 약 240개 기관, 달러화로 발행되는 5년6개월물과 10년물(각각 5억달러)에 약 340개 기관이 매수의향을 보였다. 투자자 수와 매수주문 금액 모두 한국기업 사상 최대기록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이번 글로벌본드는 전액 그린본드 형태로 발행한다는 점에서 이 시장에서도 새 역사를 쓴다. 그린본드는 발행목적이 친환경 투자로만 한정된 채권이다. LG화학은 전 세계 화학회사 중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는 기록과 함께 한국기업 사상 최대 그린본드 발행금액을 경신한다. 지금까지 한국기업의 최대 그린본드 발행금액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의 6억달러(약 6800억원)였다. 이 회사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탄탄한 재무상태를 가진 국내 대표 우량 화학회사라는 점이 해외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LG화학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A-’(S&P 기준)로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곤 국내에서 LG화학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삼성전자(AA-)뿐이다. 신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도 대규모 수주를 쌓으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 이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약, 그린바이오(농업) 등과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LG화학은 대규모 투자수요가 몰린 데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자금조달 비용도 절감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번 글로벌본드의 발행금리는 모든 만기 구간에서 당초 희망금리 대비 0.3%포인트가량 낮게 결정됐다. 유로화로 발행되는 4년물 금리는 연 0.599%, 달러화로 발행되는 5년6개월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연 3.279%와 연 3.695%로 정해졌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