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붓으로 유유자적을 즐긴다’라는 뜻의 ‘도필자적(刀筆自適)’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전각 502방, 서예 402점을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홍자성이 쓴 채근담의 전문을 전각과 서예로 각각 옮겼다. 채근담은 청빈한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 인격의 수련을 담은 책이다. 붓으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칼의 힘으로 난관을 뚫는 문구들이 더욱 정감이 간다. 그래서일까, 여씨의 서예 작품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이 돋보인다.
여씨는 “서예가가 직업이지만 쓰고 새기는 작업을 일로 여기기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과 묘미를 잃지 않으려 한다”며 “획이 공간으로 들어차는 것과 여백을 활용해 조화를 이루고 ‘필’을 잡는 강약을 달리하며 서체의 조화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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