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욱 기자 ] 일본 최대 경제인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일본 정부에 화력발전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원전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이단렌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정책제언을 발표했다. 게이단렌이 정부에 에너지 정책제언을 한 것은 2017년 이후 2년 만이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사진)은 기자회견에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전체 전력원의 80%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전 비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나카니시 회장은 “(에너지 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일본은 현 상태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일본의 전력 시스템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단렌은 구체적인 전력 시스템 재구축 방안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최장 수명이 60년으로 돼 있는 기존 원전의 운전기간을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54기에 달했던 일본 원전은 일제히 가동을 멈췄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2030년까지 ‘원전가동 제로(0)’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의 빈자리는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메웠다. 2010년 65.4%였던 화석연료 비중은 2017년 80.8%로 높아졌다.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단계적으로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지만 올 3월 현재 재가동에 들어간 원전은 9기뿐이다. 전체 전력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진 발생 전(25.1%)에 비해 크게 줄어든 3.1%에 불과하다.
석유와 LNG 등 화석연료는 가격 변동이 심해 안정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과 기업 부담이 커진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월 260㎾h를 사용하는 가정의 지난해 전기료(월 7015엔)는 대지진 이전에 비해 25%(약 1400엔)가량 상승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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