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가 글로벌 스포츠패션 브랜드 케이스위스를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인 터부(特步)에 매각한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이달 터부와 케이스위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가격은 3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월드는 2013년 미국 케이스위스 지분 100%를 2억달러에 인수했다. 6년 만에 약 1000억원의 차익을 보고 회사를 되판다.
터부는 안타, 리닝, 361°와 함께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로 꼽힌다. 터부는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케이스위스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스위스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북미 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3000억에 케이스위스 판 이랜드, 재무 개선 '단비'
이랜드월드는 퓨마, 뉴발란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한국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서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케이스위스를 사들였다. 당시 케이스위스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영업 적자를 내고 있었다. 이랜드월드는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 1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렸다.
케이스위스는 핵심 경영자 이탈 등의 악재가 겹치며 2015년부터 다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는 2017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지난해 케이스위스 당기순손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등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서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2320억원, 당기순이익은 11억원이었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터부가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터부는 딩수이보(丁水波) 회장이 32세이던 2002년에 창업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전역에 623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 스포츠 브랜드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다.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도 진출했다.
이 회사는 2008년 3월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5억3800만홍콩달러(약 1조6800억원)다. 지난해 매출은 63억8320만위안(약 1조853억원), 영업이익은 10억4430만위안(약 1775억원)이었다.
최근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비를 쏟는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케이스위스 인수도 해외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랜드월드는 케이스위스 매각 대금으로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6월 큐리어스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으로부터 6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2019년 6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약속했다. IPO에 실패할 경우 10% 중반대의 수익을 붙여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투자금을 상환키로 결정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월드로부터 받는 3000억원과 회사 내부자금 등을 통해 상환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