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LNG의 배신

입력 2019-04-09 17:56  

양준영 논설위원


[ 양준영 기자 ] 디젤차는 과거 ‘싸고 연비 좋은 친환경차’로 불렸다. 정부도 ‘클린(clean·깨끗한) 디젤’이라며 보급을 장려했다.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5년 41.9%까지 올라갔다. 그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가 터지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탈(脫)디젤’ 여파로 디젤차 판매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더티(dirty·더러운) 디젤’이란 오명까지 얻었다.

천연가스를 섭씨 영하 162도 상태에서 냉각해 액체로 만든 것이 액화천연가스(LNG)다. 석유나 석탄에 비해 오염물질을 적게 발생시켜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초미세먼지 배출은 석탄의 8분의 1,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은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LNG발전은 석탄발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LNG 비중은 2016년 22.3%에서 지난해 26.8%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LNG발전소가 ‘두 얼굴’을 갖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 유해물질을 다량 내뿜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동서발전 내부보고서를 보면 LNG발전소에서 일산화탄소가 최대 2000ppm(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일산화탄소 분자 2000개)까지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기준(50ppm)의 40배에 달한다.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미연탄화수소도 측정됐다. LNG발전소는 아파트 공원 등 도심 한가운데 지어진 곳이 많다.

그런데도 한국동서발전은 2017년 말 조사를 하고서도 이를 쉬쉬했다.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 등은 오염물질 배출 한도 규정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친환경의 대명사’로 알려진 LNG발전소가 유해물질 배출의 주범이 된 것은 탈원전 정책과 무관치 않다. 원자력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이다. LNG의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발전소들은 가스터빈을 껐다가 다시 켜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오염물질이 배출됐다.

100% 완벽한 에너지는 없다. 원자력은 효율성은 높지만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은 산림 파괴를 초래한다. 최근 3년간 태양광 발전용으로 훼손한 산지가 여의도(290㏊)의 15배에 달한다. 풍력발전도 산림 파괴나 소음 등 문제점을 갖고 있다. 석탄과 원전을 줄이고 LNG와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도 부실하게 운영하면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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