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남편과 사는 아내가 고민을 토로했다.
올해로 35살, 결혼 3년 차라는 A 씨는 "동갑내기 남편이 올해로 7년째 무직"이라며 "연애할 때에는 결혼만 하면 자영업이든 뭐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세를 받는다는 이유로 3년째 집에서 게임만 하고 놀고 있다"고 전했다.
A 씨 부부는 살림이 넉넉한 양가 부모님 덕분에 결혼할 때부터 40평대 주택을 자가로 소유하고 있다. A 씨 남편은 결혼과 함께 서울 변두리 5층 상가 건물을 증여받았고, 그곳에서 세를 받으며 월 970만 원 정도의 순수입을 얻고 있다. A 씨는 결혼 전부터 다니는 직장에 지금도 꾸준히 다니고 있다.
A 씨는 "돈을 떠나서 생산적으로 뭔가 하면서 사는 게 좋은데 남편과 가치관이 달라서 고민된다"고 전했다.
A 씨는 남편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함께 자전거를 타자"면서 자전거도 사고, 나가기 싫다는 남편을 위해 실내용 사이클도 구매했다. 게임을 제외한 다른 취미를 소개해 주려 함께 책도 읽었다. 하지만 남편은 어떤 것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여전히 게임만 계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남편이 집에 있지만, 분리수거만 할 뿐 모든 집안일은 제가 다 한다"며 "출근할 때 남편이 먹을 수 있도록 국을 해놓고, 간식을 챙겨놓고 나가면 책상 위에 낮에 먹은 게 그대로 있다. 퇴근해서 보면 속이 뒤집어진다"라고 전했다.
A 씨는 "잔소리를 해봤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회사 다니면서 900만 원 넘게 어떻게 버냐', '난 충분히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건물 부모님 드리고 내가 회사 다니면서 월 200~300만 원씩 벌어오는 게 좋겠냐'고 한다"고 호소했다.
A 씨는 남편의 수입이 큰 것을 인정하면서도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들고, 낮에 일하러 가는 것만 바랄 뿐인데, 너무 과분한 요구인가 싶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A 씨의 고민에 "남편이 얼마나 보기 싫고, 한심하겠냐"면서 동조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돈도 돈인데 매일 비전 없이 게임기만 두들기는 모습을 봐야 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결혼 전에 약속한 걸 지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 "너무 집에만 있는 건 건강에도 안 좋으니 운동이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와도, 저게 부부냐"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돈이 그렇게 많은데 술이나 노름 안 하고, 딴생각 안 하는 게 어디냐", "골프 치러 간다, 동호회한다 하면 또 불만일 거다", "돈 많으니 집안일은 가사도우미를 구하고 같이 여행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함께 뭔가를 해봐라" 등 남편 쪽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어떻게 같이 사느냐", "아이가 없을 때 이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등의 극단적 반응도 나왔다.
지난 3월 20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이혼건수는 10만8700건으로 전년대비 2.5%(2700건) 확대됐다. 혼인지속기간은 20년 이상 함께 살았다가 이혼한 비율이 2.2% 상승해 33.4%로 으뜸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4년 이하 이혼 21.4%이었다.
이혼 원인으로는 성격 차이와 입장 차이, 소통 부재 등이 다수로 꼽히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18년 한 해 동안 본 상담소에서 진행한 4653건의 이혼상담을 분석한 결과 장기별거, 성격 차이,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 강요 등이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일을 하지 않는 배우자가 이혼 사유가 될까.
이혼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부부 간에 경제 부양을 위해 서로 노력하지 않아 갈등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결혼생활에서 갈등이 심해져서 파탄에까지 이른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득이하게 실직하거나 사업이 어려워서 경제적인 부양을 못한 경우에 상대방이 이를 이혼 사유로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도움말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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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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