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에는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 업계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신한금융만이 작년 1분기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리딩뱅크' 자리 역시 신한금융이 사수할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조878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148억원)보다 7.6% 감소했다.
신한금융이 4대 지주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점쳐졌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보다 4.1% 늘어난 9050억원이다. 현대차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9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를 고려할 때 순이자마진(NIM)은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출 또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시장 추정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한다면, 올해도 리딩뱅크를 향한 무게추가 신한금융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금융권 왕좌의 귀환을 알렸다. 9년간 사수했던 업계 1위 자리를 2017년 KB금융에 내어준 후 꼭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 중인 KB금융은 올 1분기도 2위 자리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어든 8280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됐다. 1000억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국민카드의 부진한 성적이 실적 감소 요인으로 꼽혔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전년에 비해 실적이 나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순위 다툼은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금융의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한 5820억원이다. 올해 지주사로 첫 발을 내딛은 우리금융은 회계 처리기준이 변경된 까닭에 작년 1분기 우리은행 순이익(5945억원)보다 저조한 56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의 순이익 평균 예상치가 우리금융보다 200억원가량 많지만, 순위가 뒤집힐 여지는 충분하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나금융의 1분기 예상 순이익을 우리금융보다 낮은 5200억원으로, DB금융투자는 5010억원으로 제시했다. KTB투자증권도 5520억원을 추정치로 써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희망퇴직 비용 약 1100억원, 원·달러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이 약 400억원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1분기 실적은 부진하나 기초체력(펀더멘털) 요인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고, 주요지표들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