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대란' 현실화에도 정쟁 국회는 '수수방관'

입력 2019-04-10 17:28  

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주총서 안건 부결 기업 2배로



[ 김우섭/김소현 기자 ]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올해 주주총회를 열지 못한 기업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국회의 관련 법 개정 논의는 올 들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경제민주화 법안과 의결 정족수 완화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포함된다면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내년에도 ‘주총 대란’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마지막으로 상법을 논의한 것은 1년5개월 전인 2017년 11월 20일이다.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법안소위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상법을 논의한 적이 없었다. 법사위 여야 간사 간 물밑 접촉도 없었다.

국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산업계에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주총 대란’이 벌어졌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주총을 연 기업 1997개사 중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기업은 188개사(9.4%)로 집계됐다. 주총을 연 기업 열 곳 중 한 곳꼴로, 지난해(76개)와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중소·중견기업이 183개(97.3%)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피해가 더 심각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비용을 지급하고 주주를 대신 모아주는 주총 대행사를 고용해도 임시주총을 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수십 곳에 달했다”며 “의결 정족수 완화 등 대안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서 경영계 입장은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법상 주총 의결 요건은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이다. 그동안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주총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섀도보팅이 허용돼 참석률이 낮더라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섀도보팅이 지난해 말 일몰로 폐지되면서 주총 의결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경영계에서 나오고 있다. 상장사협의회는 내년 주총 부결 기업이 230여 곳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여야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경제민주화 법안과 주총 의결 요건 완화 방안을 상법에서 함께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그러나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우려로 상법 개정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야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주총 의결 요건 완화 논의를 시작하면 결국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며 “여당과의 상법 개정 논의는 시간을 두고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섭/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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