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6兆 줄어…3년째 감소
소득·법인세 등 세수 호황으로
정부 여유자금은 사상 최대
[ 김익환 기자 ] 가계 여유자금이 3년째 줄면서 지난해 사상 최소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각종 지출비용이 늘어난 데다 주택 구입 등에 돈을 쓰면서다. 반면 정부 여유자금은 2014년 이후 매년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가계 여유자금을 추월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8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국내 가계·비영리단체 순자금 운용 규모는 4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자금 운용은 경제 주체가 예금·채권·보험 등으로 굴린 돈 중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통상 여윳돈을 의미한다.
가계의 순자금 운용은 2016년(69조9000억원)과 2017년(50조9000억원)에 이어 3년째 줄어든 것으로,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적었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최종소비지출은 2017년 83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867조원으로 4.18%(34조8000억원) 늘었다. 주택 구매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다. 주거용 건물 투자금액은 10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가량 증가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여유자금 사정도 악화됐다. 작년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운용은 -39조8000억원이었다. 자신들의 운용 자금 규모에 비해 외부에서 빌리는 조달 규모가 훨씬 크다는 얘기다. 2012년(-50조4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기업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 자금 조달 확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와 달리 정부의 여유자금은 넉넉해졌다. 정부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55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2017년(49조2000억원)보다 11.78%(5조8000억원) 증가한 것은 물론 처음으로 가계 여유자금을 웃돌았다. 지난해 소득세와 법인세가 나란히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국세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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