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국내 시장 놓고
아마존웹서비스·MS 등과 경쟁
[ 김주완 기자 ]
구글이 한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내년 서울에 구축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토종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미약한 한국이 글로벌 사업자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게임업체 수요 노려
구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를 통해 “2020년 초 서울 리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국가나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지역(리전·reg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서울은 인도 뭄바이와 일본 도쿄 등에 이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여덟 번째 구글의 리전이 된다.
브래드 칼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엔지니어 부사장은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리더이고 게임산업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서울 리전 설치는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한국 업체와 한국에서 사업하는 다국적 고객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설치에 필요한 사전 작업을 대부분 끝냈다. 지난해 2월 클라우드 전담 법인인 구글클라우드코리아를 설립했다. 기존 구글코리아, 구글페이먼트코리아와 분리된 별도의 법인이다. 법인 대표이사는 본사에서 법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스빌렌이바노프 카라이바노프 씨가 맡았다. 데이터센터는 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끈 달아오른 경쟁
구글의 가세로 한국 시장을 두고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절대 강자’는 AWS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AWS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최근 MS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에 이미 두 곳을 두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오라클도 오는 6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처음으로 설치한다.
국내 업체들은 방어에 나섰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은 이날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고성능 기능을 공공 서비스에서도 쉽게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새로 선보였다. 게임 분야 클라우드에 주력했던 NHN 역시 올 들어 금융과 쇼핑 등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커지는 한국 시장
한국이 글로벌 업체들의 격전지로 부상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9000억원에 달했다. 해외 선진국보다 크지 않으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게임업체 펄어비스 관계자를 찾았을 정도로 한국 게임사들은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국 대기업들이 최근 자사 서버를 클라우드로 잇따라 전환하면서 기업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 업체가 정부나 공공기관 등의 공공 클라우드사업을 수주하려면 한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구글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과세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은 과세의 주요 근거인 고정사업장이 한국 내에 없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버는 돈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클라우드 전담 법인을 따로 설립한 것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한국 내 주요 매출원은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구글플레이”라며 “구글이 클라우드 법인을 따로 설립했기 때문에 구글 플레이의 수익에 대한 과세는 지금처럼 해외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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