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서울대병원, 부작용 적은 '중입자 치료기' 도입 시동

입력 2019-04-10 17:35  

세브란스병원 첫 심포지엄 열어
2022년 日서 도입 위해 공사중
서울대병원도 사업 시행 결정



[ 이지현 기자 ] 3년 앞으로 다가온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간 중입자 치료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이 이사회에서 중입자가속기 도입 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세브란스병원은 해외 석학들을 초청해 국내 첫 중입자 치료 심포지엄을 열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5~7일 일본 방사선의학연구소와 함께 중입자 치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히라노 도시오 일본 방사선의학연구소 이사장, 가마다 다다시 가나가와암센터 중입자치료센터장 등이 참석해 중입자 치료 경험을 공유했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원자인 중입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의 암 조직에 투사하는 기기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에 10여 대가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심장혈관병원 뒤편 주차장 부지에 3000억원을 투입해 지하 5층~지상 7층, 연면적 3만5000㎡ 규모의 연세중입자치료센터를 짓고 있다. 2022년 첫 환자를 치료하는 게 목표다. 금웅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이를 위해 일본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2023년 중입자 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병원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서울대병원 분담금 750억원을 포함해 총 2606억원을 투입하는 중입자 치료기 사업 안건을 통과시켰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설 중입자 치료기 운영자로 참여한다. 당초 부산 중입자 치료기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맡아 2017년부터 가동하려 했지만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해 장기 표류했다. 서울대병원이 사업 계획을 확정하면서 국내 중입자 치료 경쟁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입자 치료기는 엑스레이에서 한 단계 진화한 방사선 치료기다. 국내에는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이와 비슷한 양성자 치료기를 운영하고 있다.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 속도로 가속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 치료기와 양성자 치료기는 모두 암 조직에만 방사선을 정밀하게 쬘 수 있다. 엑스레이와 달리 다른 인체 부위에 방사선이 거의 노출되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 정도 무거워 이론적으로는 암세포 사멸률이 3배 정도 높다. 이 때문에 일부 암 환자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1억~2억원을 들여 독일, 일본 등으로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양성자와 달리 중입자는 세기 조절을 완벽하게 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며 “미국에 아직 중입자 치료기가 도입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했다. 얼마나 정교하게 중입자 세기를 조절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지가 치료 성공을 가늠하는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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