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
[ 이태훈/성수영 기자 ]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5만 명 늘어 2개월 연속 20만 명을 웃돌았다. 만 60세 이상 취업자가 35만 명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경제의 허리인 40대와 제조업 취업자는 12개월 이상 감소세를 보였다. 청년층(만 15~29세)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5.1%로 2015년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았다.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고용률(60.4%)을 기록했지만 “지속가능한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투입한 곳만 증가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10만8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7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 월평균 3만6700명 증가했다. 지난해 4월(-6만8000명) 감소세로 전환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는 감소폭이 매달 10만 명을 넘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 중에서도 반도체업황이 나쁜 게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취업자 수가 25만 명 늘어난 것도 정부가 재정을 풀어 창출한 ‘노인 일자리’와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의 ‘단기 아르바이트’가 견인했다.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만 60세 이상으로 1년 전에 비해 34만6000명 늘었다. 50대가 11만1000명 증가해 뒤를 이었고, 만 15~29세는 4만3000명 늘었다.
반면 40대 취업자는 16만8000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30대도 8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달 고용률은 60.4%로 3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였다. 하지만 40대 고용률은 78%로 0.6%포인트 떨어지며 2018년 2월 이후 14개월째 하락했다.
60대 이상 일자리가 증가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 덕분이다. 정부는 올해 8220억원을 투입해 61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올 들어 2월까지 일자리 25만 개를 공급했고, 지난달 10만 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했다. 노인 단기 일자리는 쓰레기 줍기, 등하굣길 교통지도 등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어서 ‘질 좋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업종별로 봐도 세금을 투입해서 만든 일자리가 주로 늘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전년 동월 대비 17만2000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는데, 노인 단기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이 업종으로 분류된다. 교육 서비스업(3만5000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7000명) 등도 취업자가 증가했다.
고용의 질은 하락
지난달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33만8000명 감소했다.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62만7000명 증가했다.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일자리는 정규직일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분류된다.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단기 아르바이트 등의 일자리가 많다. 정동욱 과장은 “노인 단기 일자리 대부분이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60만 명 이상 급증한 것은 고용주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알바 쪼개기’를 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주휴수당은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하루치 월급을 더 주는 제도다. 고용주가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맞추기 위해 한 사람이 할 일을 단기 아르바이트 여러 명에게 맡기는 것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12.6%로 0.4%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실업률도 10.8%로 0.8%포인트 낮아졌으나 체감실업률은 25.1%로 1.1%포인트 올랐다. 실업률을 구할 때는 일할 의사가 있어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지만 체감실업률에는 이들도 실업자로 잡힌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방직 공무원 시험 접수가 작년에는 3월에 있었으나 올해는 3월 말~4월 초로 변경됐다”며 “접수자 일부가 실업자로 포착되지 않아 실업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만 해도 월평균 취업자가 31만 명 이상 늘었는데 25만 명 증가한 것을 두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하기 힘들다”며 “제조업 고용은 감소하고 공공 단기 일자리만 늘어 고용의 질은 악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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