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보내 '부채 함정' 제거
[ 주용석 기자 ]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은밀한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제개발기구(USAID)는 지난해 경제학자, 외교관,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미국팀’을 파견해 미얀마 정부가 중국 국유 시틱그룹과 체결한 73억달러(약 8조3000억원)짜리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13억달러 규모로 축소하는 것을 도왔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중국은 당초 미얀마 해안지역 차우크퓨에 73억달러를 투자해 철도, 항만, 산업지역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5년 미얀마 군사정권과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아웅산수지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13억달러 규모로 축소했다. 대규모 항만 대신 나중에 확장 가능한 부두 2개만 짓기로 하는 등 사업 규모를 확 줄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팀’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기존 계약 중 미얀마가 ‘부채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 사업들을 제거하도록 조언했다. 당장 필요한 사업 위주로 ‘프로젝트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과정에서 중국 돈을 빌려쓴 개발도상국들이 과도한 빚을 지고 그 결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부채 함정을 우려하고 있다.
스리랑카가 대표적이다. 스리랑카는 2010년 10억달러가량의 중국 차관을 들여와 남부 함반토바에 대규모 항만을 지었다. 하지만 항만은 경제성이 떨어졌다. 정박하는 선박이 하루 한 척에 불과할 때도 많았다. 원래 인도양을 오가는 선박을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판이었다. 스리랑카는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결국 빚 탕감을 조건으로 2017년 항만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그룹에 넘겼다. 항만 지분 70%도 중국에 넘겼다.
미국의 ‘미얀마 작전’은 개도국이 부채 함정에 빠지는 걸 막아 궁극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도다. 미얀마 작전 성공을 계기로 미국이 다른 개도국에도 비슷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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