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안정·경기둔화 우려 완화
러시아·印尼 등 신흥국에 관심
[ 이호기 기자 ]
신흥국 채권형 펀드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영국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등 악재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리스크(위험)는 다소 크지만 선진국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신흥국 채권에 뭉칫돈이 몰리는 분위기다.
매력 커지는 신흥국 채권
11일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세계 202개 펀드의 올해 1분기 수익률은 평균 7.92%를 나타냈다. 이들 펀드의 상당수는 채권형 펀드다.
지난해 수익률이 -10.89%로 저조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정보업체인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는 올해 초부터 4월 첫주까지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 순유입된 글로벌 자금이 236억6000만달러(약 26조9000억원)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세계 주요국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게 매력이 커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수익률에 굶주린 투자자들이 선진국에서 싼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채권 등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올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1월 배럴당 50.51달러에서 10일(현지시간) 64.61달러로 27.91% 올랐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세계 경기를 불안하게 한 미·중 무역전쟁의 위험 요인이 약화되고 브렉시트가 연기되는 등 대외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일부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고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신흥국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루블화는 이날 달러당 64.30루블로, 연초보다 7.04% 하락(루블화 가치 상승)했다.
돈 몰리는 채권형 펀드
한국에서도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형 펀드 29개의 설정액은 총 3618억6000만원으로 올해 초보다 573억7800만원(17.66%) 불어났다.
수익률도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에 비해 우수했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35%로 같은 기간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0.81%)나 북미 채권 펀드(3.70%)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상품별로는 ‘삼성누버거버먼이머징국공채플러스’ 펀드 수익률이 6.97%, ‘미래에셋이머징달러우량국공채’ 펀드 수익률은 5.24%를 나타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2분기에도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안정과 강(强)달러 압력 둔화로 이들 국가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캐리 트레이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상장지수증권(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는 신흥국 채권형 ETF가 없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나와 있고, 유동성도 풍부해 거래가 잘 되는 해외 ETF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아이셰어JP모간신흥국국공채’ ETF나 ‘뱅가드이머징마켓국채’ ETF 등이 대표적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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