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커피값 안 올린 비결 사이렌 오더

입력 2019-04-11 18:05  

시스템 디지털화로 인건비 절감
최저임금 올라도 커피값 '그대로'



[ 김보라 기자 ]
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다. “카페 주인은 커피를 건넬 때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오래된 원칙 때문이다. 점심시간마다 카운터 앞에 우왕좌왕 긴 줄을 서야 했고, 민원이 빗발쳤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사이렌 오더’를 내놨다. 스타벅스의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에 선불로 돈을 충전해놓고, 원하는 음료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이렌 오더는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하루 평균 11만 건이 결제된다. 전체 주문량(약 60만 건)의 18%에 달한다. 사람이 할 일을 시스템이 하게 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고, 스타벅스를 정보기술(IT)기업으로 불리게 한 게 사이렌 오더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용 줄여준 사이렌 오더

지난해 커피빈, 파스쿠찌, 이디야커피, 빽다방, 엔제리너스 등 주요 커피 브랜드들은 줄줄이 커피값을 올렸다.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내 1위 브랜드 스타벅스는 커피값을 올리지 않았다. 스타벅스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 상승에도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사이렌 오더 등 IT를 도입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전체의 18%가 모바일 주문이기 때문에 그만큼 직원의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줄인 비용을 가격 동결을 통해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스타벅스 측 설명이다.

이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난 7년간 스타벅스는 연평균 26% 성장했다. 매장당 매출은 이 기간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근무 인력은 7년 전에 비해 약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이렌 오더는 적은 인력으로 매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줬다. 그래서 스타벅스 커피 제조공간은 예전보다 조용하다. 모바일로 주문하면 주문 즉시 라벨에 60여 개 메뉴의 레시피까지 상세히 적혀 출력되고, 커피 컵에 자동으로 붙어 나오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앱에 쌓이는 빅데이터도 적극 활용했다. 이를 기초로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1250여 개 매장별 피크타임을 요일별 시간대별로 분석해 5시간 일하는 직원, 7시간 일하는 직원 등을 나눠 적절히 배치한다”며 “만약 모든 직원이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구조였다면 커피 가격은 지금보다 10% 더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렌 오더 ‘나비효과’…금융사 된 스타벅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져다줬다.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려면 스타벅스 모바일카드에 일정한 금액이 들어 있어야 한다. 스타벅스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잔액이 설정한 금액보다 낮아지면 등록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충전해주는 기능을 넣었다. 선불충전금이라고 부른다. 이 선불충전금은 2013년 151억원에서 지난해 약 750억원대로 늘었다. 토스,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국내 간편송금업체가 보유한 잔액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스타벅스 이코노미’ ‘스타벅스는 금융회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타벅스 이코노미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 앱인 마이스타벅스 리워드에 가입한 회원은 11일 5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권이 하지 못한 일을 스타벅스가 해냈다는 이유로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 스타벅스 측이 주요 연사로 참여했고,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사는 스타벅스 배우기에 나섰다.

한국에서 개발된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는 미국으로도 수출됐다. 스타벅스 미국 본사는 모바일 결제 및 자동 충전 시스템으로 앱 도입 1년 만인 2016년 현금 보유량이 1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스타벅스 카드는 구글페이 애플페이보다 이용자가 많고, 이들이 보유한 선수금은 미국 주요 지방은행의 현금 보유량보다 많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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