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농장을 운영한 지 3년 만에 연매출 5억원을 올리는 농부가 있다. 경기 양주에 있는 양주골명품흑돼지농장의 송인만 대표(사진)가 주인공이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할 것이란 예측과는 달리 농장 내부는 말끔했다. 더 놀라운 건 넓은 공간에서 느긋하게 생활하는 돼지들이었다. 송 대표의 차별화 전략을 들어봤다.
▷기르는 돼지는 얼마나 되나.
“흑돼지 7마리로 시작했는데 3년 만에 500마리를 넘었다. 그전에 산란계 닭농장을 18년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다. 요즘 한 달에 새끼 돼지 150마리가 태어나고, 매달 큰 돼지 50마리를 출하한다.”
▷산란계를 정리한 이유는 뭔가.
“반복되는 조류독감(AI)과 살충제 파동에 지쳤다. 면역력 높은 가축을 길러보고 싶었다. 일반 흰돼지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반면 흑돼지는 면역력이 강해 항생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잘 기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품종 선택도 중요하지만 사육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순리 축산’이다.”
▷순리 축산이 무엇인가.
“자연 순리에 맞춰 동물을 기르는 걸 말한다. 가축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축산법이다. 친환경 복지 축산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도 정해진 기준과 틀이 있어서 나의 축산법을 담아내지 못한다. 우리 농장에서는 인공 수정을 하지 않는다. 대신 암컷 돼지와 수컷 돼지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자연 수정과 분만이 가능하도록 한다. 사료도 배추 등 지역 유기농 농산물을 배합해 먹인다.”
▷넓은 축사도 순리 축산의 일환인가.
“법적으로는 약 1㎡ 공간에 돼지 1마리를 기르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고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농장에선 500㎡ 공간에서 80마리를 사육한다. 마리당 6㎡가 넘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특별한 판매 전략이 있나.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 회원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중간업자한테 넘기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다. 입소문과 직거래를 통한 판매 전략이다. 네이버 밴드를 비공개로 설정해뒀기 때문에 기존 회원의 초대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자연스레 아는 사람들만 믿고 모이는 구조다. 또 밴드에 흑돼지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올리고, 출하 날짜와 판매 품목 등을 알린다. 그 덕분에 회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고 나는 유통 비용을 절감해 상대적으로 싼값에 판매할 수 있다.”
▷네이버 밴드 회원은 얼마나 되나.
“2600명을 넘었다. 1년3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더 열심히 관리해서 연말에 회원을 5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별하게 기른 흑돼지인 만큼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출하되는 돼지 수량이 많지 않아 무작정 판매하는 게 불가능한 것도 회원제 마케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FARM 오세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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