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재판서 져놓고…현대차 노조 "기아차처럼 미지급금 달라"

입력 2019-04-14 17:28  

車업계 덮친 '노조 리스크'

1·2심 패소 판결에도 억지 요구

기아차, 소급 지급 잠정 합의하자
현대차 노조도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미지급금 요구키로



[ 도병욱/박상용 기자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테이블에 ‘통상임금 미지급금 요구안’을 올리기로 했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만큼 돈을 더 내놓으라는 요구다. 회사 측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한 기아차와 회사가 이긴 현대차의 상황이 다른데 똑같이 돈을 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경투쟁 불사하겠다는 노조

현대차 노조는 지난 11일 발간한 소식지를 통해 올해 단체협약 협상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집행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법적대응 및 여론전, 1인 시위, 파업권이 확보된 이후 가열찬 투쟁 등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 문제를 빌미로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받아야 하는 이유로 “기아차가 받은 소급분을 우리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노조는 “불편한 건 참아도 차별은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억지 주장’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법원 판결이 다른데 ‘차별’이라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1심(2017년)과 2심(2019년)에서 모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았다. 반면 법원은 2심까지 현대차의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상여금 지급 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 통상임금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다른 조건 없이 일한 만큼 임금 지급)이 없다고 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는 2심까지 이겼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기 위해 회사와 미지급금 지급 문제를 합의할 수 있었다”며 “현대차 노조는 1·2심에서 모두 진 만큼 회사가 법원 판결에 반해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줄 명분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조 리스크에 빠진 車업계

현대차는 노조가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급을 요구하며 임단협 협상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 갈등이 깊어져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현대차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1974년) 이후 처음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593억원)을 냈다.

올해도 경영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한 데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또 정년퇴직자 수만큼 정규직을 채용하라고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이 단순한 전기자동차 비중이 커지고 공장 자동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갈수록 고용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도 막무가내다.

다른 완성차업체도 ‘노조 리스크’에 빠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54차례(218시간) 파업했다. 회사 측이 집계한 이 기간 매출 손실만 2430억원에 달한다. 프랑스 르노 본사가 제시한 임단협 마감 시한(지난달 8일)은 이미 한 달 넘게 지났다.

한국GM 노사는 신설 연구개발(R&D) 법인의 단체협약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한국GM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차에서는 일부 노조 대의원이 미국 전용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병욱/박상용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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