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설정때 가정치 크게 못미쳐
유전 채산성 악화로 수익률 저조
[ 오형주 기자 ] 한 공모펀드가 6년 전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유전의 추정 매장량이 최근 1년 새 5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측은 “가입된 보험 등을 활용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투자자들은 “연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운용사 측 마케팅을 믿었다 손실을 보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운용사, 연 10% 이상 수익 예상했지만…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패러랠유전해외자원개발특별자산투자회사1호(한국패러랠펀드)는 지난달 말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펀드가 투자한 미국 유전의 작년 말 기준 추정 매장량이 전년 말보다 57.2%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을 맡은 이 펀드는 미국 내 최대 원유산지 중 하나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 있는 육상유전 투자를 목적으로 2013년 1월 설정됐다.
앞서 삼성물산과 한국석유공사는 2011년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로부터 이 유전 개발업체인 패러랠패트롤리엄사 지분 100%를 8억달러(약 9000억원)에 사들였다. 삼성물산은 2012년 말 이 중 39%를 한투운용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했다.
한투운용은 지분 매입 대금 마련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4000억원을 모집하는 데 9416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당시 한투운용의 투자설명서에 나온 이 유전의 최대 추정 매장량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포함해 모두 5896만 배럴이다. 이에 근거해 한투운용이 제시한 이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추정 매장량 전량이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연 평균 11.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도 연 1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투운용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이후 유가 하락 등의 요인으로 유전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완전히 빗나갔다. 투자설명서에서 한투운용 측은 수익산출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을 연평균 배럴당 89.5달러로 가정했다.
그러나 WTI는 2014년 중반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16년에는 30달러 선마저 붕괴됐다. WTI는 2017년 말까지도 40~50달러 선을 맴도는 데 그쳤다. 유전개발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배당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펀드 수익률(설정일 대비)은 지난달 말 기준 -10.8%에 그쳤다.
투자자들은 WTI가 올 들어 다시 배럴당 60달러 선을 회복하며 상승곡선을 그리자 수익률 회복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엔 원유 매장량 추정치가 1년 만에 전년 말의 절반 밑으로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 “대책 마련 촉구”
투자자들의 불만이 쇄도하자 한투운용 측은 “추정 매장량 감소가 단기간에 펀드의 순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나, 향후 지분 매각 시 회수금액에 영향을 미칠 순 있다”며 “삼성물산 등 다른 주주단과 함께 주요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펀드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외자원개발펀드보험에 가입돼 있어 유가 하락 등 사업위험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비율(15%)의 자기책임부담금을 제외하고 손실액의 85%까지 보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투자자 사이에선 “한투운용의 말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한 투자자는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무역보험공사 돈으로 투자자 손실을 메운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아직 보험사고 접수가 되지 않았고, 만기까지 4년이 남았다”면서도 “이 펀드 손실이 사업위험으로 발생한 것인지 여부도 검토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총 5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이 펀드 투자자들은 최근 대책모임을 결성하고 소송 등 법적 대응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이 펀드에는 동양생명(200억원)을 비롯해 삼성생명(145억원), 삼성화재(50억원) 등 기관투자가들도 1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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