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자이’. 서울 강북 일반아파트 중에 ‘대장’으로 꼽히는 단지다. 지난 2월 이 아파트 전용 116㎡(옛 44평형)가 21억원에 거래되면서 강북 중대형 20억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여기에 독특한 사연이 숨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거래된 게 아니라 ‘서울 부동산 불바다’ 얘기가 나오던 지난해 8월 거래됐던 물건이다.
◆의도적인 거래시점 늦추기
실거래 신고는 60일 이내가 원칙이다. 실무적으로는 형식상의 가계약 기간을 길게 두고 실제 계약금은 뒤에 치른다든지, 아니면 매도인과 매수인 합의로 서류상의 계약일을 늦출 수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말한다. 이 집의 실거래신고는 지난 2월에 이뤄졌다. 그런데 경희궁자이는 2017년 2월에 입주를 시작했다. 딱 2년의 시차가 있다.
해당 거래는 2년 보유기간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신고가 늦어진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1가구 1주택은 2년 요건을 맞추면 양도가액 9억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하다. 2017년 ‘8·2 대책’ 이후 취득한 조정대상지역 주택이라면 2년 거주 요건을 맞춰야 하지만 경희궁자이는 대책 이전 분양해 ‘거주’가 아닌 ‘보유’ 요건만 맞춰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양도세 2억원 이상 줄여
2년 요건을 못 맞추고 8월에 팔았을 때와 요건을 맞춰서 올해 2월에 팔았을 때 세금 차이는 얼마나 될까. 매도인은 조합원이다. 취득가액인 조합원 분양가 8억2000만원, 양도가액은 21억원. 차익은 12억8000만원이다. 이대로 올해 2월에 계약이 이뤄지면서 보유 2년을 맞췄기 때문에 양도세가 2억7000만원 정도 나온다. 순수익 10억원을 남기는 셈이다. 그런데 같은 조건으로 지난해 8월에 즉시 거래했다면 양도세가 확 늘어난다. 2년 보유 조건을 못 맞추니 일단 1주택 9억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세금이 5억원으로 늘어난다.
◆탁월한 시기 선택
실질적인 매도시점은 집값이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작년 8월이다. 매도 시기를 굉장히 잘 선택한 사례라는 평가다. 9·13 대책 영향으로 현재는 같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힘들어서다. 반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일단 고점에 잘못 산 셈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매수인이 손해를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였던 경희궁자이가 5년 만에 일반분양가 대비 2배나 오를 줄 아무도 몰랐다”며 “입지 여건이 탁월한 만큼 중장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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