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원전해체를 새 먹거리로 포장한 산업부

입력 2019-04-16 17:34  

구은서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


[ 구은서 기자 ] “원전 해체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라고요? 원자력산업의 미래 자체가 불투명해졌는데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5일 국내 첫 원전해체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체산업을 ‘미래 먹거리’라고 표현하자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자조했다. 2017년 탈(脫)원전을 표방한 직후부터 원자력 분야에서 미래를 꿈꾸는 인력이 크게 줄고 있어서다. 원자력 학계는 초유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대학별 원자력 관련 학과 및 대학원 지원자 현황을 조사 중이다. 학회 측은 “아직 집계 중이지만 올해 대학원 진학률만 해도 예년의 반토막 수준”이라고 했다.

탈원전 정책이 ‘원자력 꿈나무’들에겐 일종의 ‘탈출 신호’로 읽혔다는 게 학계의 얘기다. 작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신입생 중 20%가 자퇴했다. 지난달 KAIST 2학년 학부생 중 원자력·양자공학 전공자는 4명에 그쳤다. 2016년까지만 해도 매년 20명 안팎이 지원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원전 해체산업 육성 계획에 대해 “의대를 다 없애고 장의사 양성하는 장의대만 짓겠다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자가 줄을 잇는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해체 시장이 신규 건설에 비해 턱없이 작기 때문에 추가 이탈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1기의 건설 규모가 5조~10조원이고 한 번 지으면 최장 60년을 운영할 수 있는 데 비해 해체는 기당 최대 1조원, 최장 10년 정도에 불과해서다. 이마저 폐기물 처리비용이 대부분이다. 원자력 전·후방산업의 연관 효과가 작다는 의미다.

원전 해체 기술의 국내 경쟁력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이 한국보다 앞선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1970년대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지을 때처럼 선진 기술을 배워와야 한다. 또 다른 교수는 “원전 건설 분야는 해체와 달리 한국이 이미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데다 국내외 시장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며 “해체산업을 새 먹거리로 포장하는 건 심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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