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파업하면 경영위기 심화될 것"
[ 장창민/박상용 기자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이번에는 국회를 향해 엄포를 놨다.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등을 담은 자유한국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상정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현대차가 노조의 ‘습관성 파업’에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6일 소식지를 통해 추경호 한국당 국회의원 등 17명이 발의한 노조법 및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에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조는 “한국당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은 노조 파괴법”이라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이 개정안을 4월 국회에 상정하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추 의원 등이 내놓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2년→3년) △사업장 점거 금지 △쟁의행위 기간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특정 노조 가입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사용해 파업 참가를 강요하는 행위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등이다. 현 정부 들어 비대해진 노조 권력을 법적으로 견제해 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와 일자리 감소를 막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선 현대차 노조가 노사 임단협과 관련 없는 ‘정치 이슈’를 파업과 연계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 ‘통상임금 미지급금 요구안’도 올리기로 했다. 기아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합의한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만큼 돈을 더 달라는 요구다. 회사 측은 황당해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노조가 승소한 기아차와 회사가 이긴 현대차의 상황이 다른데도 돈을 똑같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노조는 정년퇴직자 대체 인력을 정규직으로 충원해 달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대차의 정년퇴직자는 2025년까지 1만7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 기간에 신규 채용 인원을 줄여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정규직을 더 뽑으면 그만큼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줄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을 벌였다. 197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593억원)을 낸 작년에도 거르지 않았다.
장창민/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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