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8兆 들여 생활SOC 일자리 20만개"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입력 2019-04-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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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8조원을 투자하는 ‘생활SOC 3개년 계획’을 내놨다. 체육관·문화센터·도서관부터 휴양림과 요양시설까지 사업 내용이 다양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전형적인 자치 사업을 중앙정부가 세세한 내용까지 정해 나눠주겠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더구나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예산실)를 두고 국무총리실에서 발표를 맡고 앞으로도 계속 챙긴다는 것도 정부조직법의 업무관장과는 어긋나 보인다.

시·군 지역까지 문화체육시설과 환경 안전 인프라를 확충하자는 취지는 좋다. 경제가 어려울 때 재정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것도 전통적 대응 정책의 하나다. 하지만 한정된 국가 재원을 투자하는 데는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재원마련도 예삿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자가증식하는 복지예산에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을 속속 덧보태고 있는 판에 이만 한 투자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다.

경기대책이라면 기업 육성과 산업 지원에 우선돼야 좋은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이 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역설했듯이 ‘세금 쓰는 일자리’나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지속될 수가 없다. 생활SOC 확충 과정에서 생긴다는 20만 개 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드는 일시적 고용이고, 체육관·문화관을 지킬 2만~3만 개 일자리도 세금 쓰는 일자리일 뿐이다.

정부는 사업을 쪼개고 나누어 추진해 경제성을 심의하는 예비타당성심사(예타)를 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500억원이 넘는 사업은 예타와 함께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는 법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균형발전’을 내세워 총 24조원 규모의 23개 대형사업을 예타 없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곳곳에 ‘애물단지’나 만들면서 빚더미 정부를 넘겨주면 다음 세대가 뒷감당을 해낼 수 있을까.

국회 역할이 중요해졌다. 추가경정예산 심의가 급하겠지만, 향후 생활SOC 예산도 엄격하게 봐야 한다. 특히 야당은 말로만 반대 시늉을 하고 뒤로는 지역구 몫을 더 챙기려드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활SOC 사업에서도 예산나눠먹기로 야합한다면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이라고 정부 여당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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