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공장 문 닫을라"…르노삼성 노조원들, 파업대열 속속 이탈

입력 2019-04-16 17:51  

르노삼성 조합원 절반, 노조에 등 돌렸다

"누굴 위한 파업이냐" 참여 거부



[ 장창민/도병욱/박상용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파업을 거부하고 나섰다. 7개월째 이어진 장기 파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에 반기를 든 노조원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노노(勞勞)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6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지난 15일 주·야간 4시간씩 벌인 노조의 파업집회 참가율은 58%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절반에 가까운 조합원이 파업을 외면했다. 지난 10일 파업집회 참가율은 70%였지만 12일 퇴근파업 때는 62%로 주저앉았다. 갈수록 파업 참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이 회사 노조는 생산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퇴근파업과 모임을 하는 파업집회를 통해 부분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58차례(234시간) 이어진 파업으로 임금이 줄자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절벽’에 직면한 르노삼성이 이달 29일부터 나흘간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과 싸늘한 외부 시선으로 인한 부담이 겹친 탓이란 관측도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17일과 19일에도 부분파업을 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노노(勞勞) 갈등’에 휩싸일 조짐이다. 노조 집행부가 수개월째 강경 투쟁 기조를 고집하자 일부 조합원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더 이상의 파업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파업 불참자가 더 늘면 노조가 파업을 이어갈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합원들 장기 파업 피로감 호소

16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최근 노조원의 파업 참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참가율은 70%에 달했다. 그러다 12일엔 62%, 15일엔 58%로 내려갔다.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대의원과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반박하는 조합원이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있다. 일부 부서는 조합원 전체가 파업에 불참하기도 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파업 초기처럼 다수 조합원이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온건 성향 대의원은 파업에 참여하라고 독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이 점차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장기 파업에 따른 피로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58차례(234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회사 측은 이 기간 2626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 조합원은 “파업하는 동안에는 임금을 못 받는다”며 “다들 가계를 꾸려야 하는 상황인데 파업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러다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계속되자 프랑스 르노 본사는 로그(르노삼성이 수탁 생산하는 닛산 SUV)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이 오는 9월에 끝나는데, 아직도 그 이후에 뭘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로그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으면 생산량은 반토막 난다.

닛산은 이와 별개로 올해 맡기기로 한 로그 물량을 40%(10만 대→6만 대) 줄였다.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의 유럽 수출분을 다른 공장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공장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다.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집행부를 향한 불만도 쌓이고 있다. 노조 집행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조합원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노조는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 기업노조다.

파업 불참하면 징계하겠다는 노조

노조 집행부는 부랴부랴 조합원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노조는 12일 발행한 ‘쟁의지침’을 통해 “임단협 타결금은 지침 위반 횟수에 따라 반드시 차등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통상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마무리되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다양한 명목의 일시금을 지급하는데, 파업 불참자는 일시금 일부를 못 받게 하겠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무슨 권한으로 특정 직원에게 일시금 일부를 주지 않겠다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행부는 15일부터 파업 불참자 처벌을 위한 징계규율위원회를 열고 있다.

집행부의 노력에도 파업 불참률은 계속 높아질 조짐이다. 일부 조합원은 익명 게시판에 노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남기고 있다. 한 직원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집행부가 조합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조가 지금처럼 폭주하면 이탈하는 조합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17일과 19일로 예정된 부분파업 참가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업 참가율이 50%를 밑돌면 집행부가 더 이상 파업을 하겠다고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창민/도병욱/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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