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조사단 訪北도 추진
[ 김우섭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불법 축산물 반입에 따른 과태료 상한(1000만원)을 2000만원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과태료를 내지 않은 사람은 입·출국을 금지하는 대책도 추진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까지 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불법 축산물 반입자의 과태료 상한을 두 배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과태료 미납 시 입·출국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통일부와 협의해 북한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열병 북한 상륙說
北 방북 승인시 조사단 파견…공동방역 등 총력 대응키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반년 만에 중국 전역을 휩쓸고 베트남, 몽골에 이어 북한까지 확산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내 돼지 농가에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돼지열병 주의를 촉구하는 기사를 냈다며 이는 곧 북한에 ASF가 유입됐다는 신호로 유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여당은 극동지역 유일의 ‘청정 지역’이었던 한반도에 ASF가 상륙했다는 소식에 국회 입법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내에 ASF가 들어온 뒤엔 막을 방법이 살(殺)처분밖에 없다”며 “사전 차단을 위한 관련 법안들을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ASF 바이러스(급성)에 걸린 돼지는 고열(40~42도)과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이다 보통 6~13일 안에 폐사한다. 치료약이나 백신도 없어 치사율이 100%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ASF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경로를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우선 바이러스가 있는 돼지의 부산물이나 이를 가공한 식품(햄·육포 등)이 섞인 잔반(사람 음식물) 사료를 돼지가 섭취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남북한 국경 인근에서 야생 멧돼지를 매개체로 바이러스가 국내로 넘어오는 경우다.
정부는 이 중 식품을 통한 국내 유입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여행객이 반입한 소시지 등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지난해 네 건이나 검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열처리(80도 이상 30분 가열)하면 ASF 바이러스가 없어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열처리를 하지 않은 돼지 잔반 사료를 원천 금지하는 법안(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전국 약 6200개 농가 중 267곳이 잔반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중국발 식품 유입이 많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불법으로 들여오다 적발된 식품(6만5353㎏)의 81%가 중국산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불법 식품 반입 시 부과하는 과태료 상한액을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당·정은 과태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한국을 입출국할 수 없는 법안(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지난 16일 발의했다. 북한으로부터 ASF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조사단 파견과 공동 방역도 준비 중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중심으로 북한 내 민간교류단체에 조사단 파견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승인하면 곧바로 조사단을 파견할 수 있도록 통일부 등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