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라도나 효과와 리더의 조건

입력 2019-04-17 18:03  

전희권 < 에스퓨얼셀 대표 sales@s-fuelcell.com >



축구를 좋아하는 딸 덕분에 배운 용어 중 ‘마라도나 효과’라는 것이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인 디에고 마라도나를 중심으로 수비수가 몰린 탓에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겨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1986년 우리나라가 30년 만에 출전한 멕시코월드컵은 말 그대로 ‘마라도나의 월드컵’이었다. 마라도나는 그해 ‘혼자 힘으로 90분을, 21명을 지배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극찬받은 것은 선수로서도 훌륭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을 잘 이용하고 역량을 끌어올려주는 뛰어난 리더였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 멤버라고는 할 수 없던 팀원들을 이끌고 멕시코월드컵에 주장으로 참가, 우승까지 이끌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유럽 텃세를 이겨내고 준우승을 일궜을 정도로 소속된 팀의 클래스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완전히 다른 계통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기업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저서인 《일심 일언》에서 “세상의 모든 물질은 세 종류로 나뉘는데, 불을 가까이하면 타오르는 가연성 물질, 불을 가까이해도 타지 않는 불연성 물질, 스스로 불타오르는 자연성 물질이 그것이다. 사람도 이와 같다”고 했다. 이를 조직에 대입하면 ‘꼭 필요한 사람, 때로는 필요한 (또는 필요 없는) 사람, 조직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 잘 마무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회생활에 임하는 일명 ‘사회적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여기까지가 ‘조직에 때로는 필요한 (또는 필요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불타오르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열정적인 사람을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다. 그 열정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주관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며 자신의 게으름과 무책임함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이들이 ‘조직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이다. 조직에서 필요한 리더의 조건은 ‘스스로 불타오를 줄 아는 사람’이다.

이나모리의 조언이 감동적인 이유는 ‘성공한 금수저’들의 조언이 아니라 바닥부터 시작해 노력으로 점철된 인생 역정이 가득한 조언이기 때문이다. ‘리더란 집단을 행복으로 이끌도록 하늘이 인간세계에 일정 비율로 배분한 선물’이라는 그의 말은 많은 공감을 준다. 리더는 책임지는 사람이다. 책임지는 것보다 도피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세상에는 뛰어난 리더가 드물다. 뛰어난 리더의 성공 조건은 스스로 불씨를 찾아 이를 타오르게 만드는 우리 자신의 선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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