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수 기자 ] 지난 1월 22일 미국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는 2019년 글로벌 유니콘 기업 309개를 발표했다. 한국은 6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기업’은 미국(151개사) 중국(82개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은 1.9%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기술과 관련한 사업모델,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로 스타트업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한 비약적인 스케일업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을 키우기 위한 국내 스케일업 생태계 상황은 아직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2014년 7월 경영교육·벤처투자·네트워킹을 통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를 설립했다. 당시 콘트레라스 스위트 미국 중소기업청장은 “92%의 새로운 일자리는 기존 기업의 확장으로부터 창출된다”며 도입배경을 밝혔다.
독일의 ‘저먼 액셀러레이터’는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멘토링 기반 성장 촉진 프로그램으로 회의 공간 및 시설, 코칭 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도 2014년 스케일업 전담기관인 ‘스케일업 인스티튜트’를 처음 설립했다. 스케일업 식별 및 공유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스케일업 기업 간 상호 교류와 자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외국뿐 아니라 국내도 중소벤처기업 지원책이 다양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융자사업은 ‘창업-성장-글로벌화-재도전’의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정책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목 중진공 스케일업 팀장은 “기본적으로 라이프사이클상 다양한 위치에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며 “저성장 시대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첨단 기업의 성장성과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들 기업 육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진공 투융자복합금융에는 ‘성장공유형 대출’과 ‘스케일업금융’이 있다. 성장공유형 대출은 민간투자시장에서 소외됐지만 기업공개 가능성이 있는 성장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매년 지원 규모가 증가 추세다. 2008년 이후 총 543개 기업을 지원했다.
스케일업금융은 혁신성장 잠재력 및 기반을 갖춘 기업의 회사채 등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해 지원한다. 기업으로서는 직접금융 시장을 활용해 비교적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 중진공이 자산유동화증권의 후순위증권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신용을 보강함에 따라 시중 부동자금(1083조5808억원·지난해 11월 말 기준)을 대거 끌어들여 산업자본화할 수 있다.
스케일업금융 지원 기업에 대한 연계지원도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자산유동화 사업 추진 때 자금 공급 이외의 정책수단과 연계가 없었던 것에 대한 보완조치다. 기업진단을 통한 기업역량 및 문제점을 분석해 다른 정책사업과 연계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후속 투자유치 등을 위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벤처캐피털과의 협업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형 스케일업 지원정책인 스케일업금융에는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의 투자철학과 김대중 정부 벤처정책에 대한 벤치마킹이 담겨 있다. 김대중 정부 벤처정책을 통해 다음, 엔씨소프트, 네이버가 줄이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이 이사장이 자산유동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필요한 예산과 조직 정원을 받기 위해 노력한 이유다.
국내 신규 일자리 상당 부분도 기존 기업의 성장(사업확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기준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361만 개)의 66% 정도가 기존 기업의 사업확장에 따른 것이다. 창업(기업생성)에 의한 일자리 증가는 121만 개 정도로 파악됐다. 잠재 중견·유니콘 기업이 대상인 중진공 자산유동화사업(2000~2010년·2조8486억원·1100개사)도 마찬가지로 분석됐다. 지원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14.3%로 같은 기간 중소기업 평균 매출 증가율 9.4%보다 높았다. 또 지원 기업에 대한 재정투입액 1억원당 고용창출 효과(1.10명)도 다른 정책자금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제1차 스케일업금융 발행계획’을 일간지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진공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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