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매 주말마다 유류세 인상 등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 행렬에서 ‘마크롱은 역겹다’ 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수막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수막과 피켓이 상시적으로 걸려있는 것을 찾아보긴 어렵다.
프랑스 정부가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형법은 경찰에게 폭넓은 권한을 주고 있다. 경찰이 직권으로 공공의 안전을 해할 가능성이 있는 집회를 해산시킬 수 있으며 불법 현수막 철거 명령도 내릴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부터 파리 도심에서 노란 조끼 시위와 현수막 게시 등을 전면 금지시켰다. ’과잉 진압’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도 있지만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질서 유지를 위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현수막에 최대 1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또 철거 명령을 받고도 치우지 않은 현수막에는 매일 200유로씩의 연체료도 부과할 수 있다. 정부가 불법 현수막 단속을 소홀히 하면 생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한다.
미국에선 한국처럼 통행불편, 소음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상시적인 집회·시위가 드물다. 1년 내내 현수막을 내거는 집회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야간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현수막은 물론 텐트 등도 공권력이 모두 철거한다.
미국에선 철거 비용을 게시자에게 부담하고 벌금도 부과한다. 뉴욕 옥외광고물법은 불법 광고·게시물은 해당 광고물 소유주의 비용으로 즉각 철거되어야 하며, 철거와 별도로 수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불법적 시위와 현수막이 적은 요인으로는 공권력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꼽힌다. 경찰에게 재량권이 많을 뿐 아니라 법원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공권력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는 경우가 많다. 현수막 철거도 대부분 재산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미국에선 소음을 동반한 시위도 많지 않다. 소음을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면 바로 단속 대상이다. 국내에서 5분간 평균 소음을 기준으로 단속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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