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의 윤용섭 대표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10기)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율촌에는 단순한 분업이나 공동작업과는 차원이 다른 ‘협업의 DNA’가 있다”고 밝혔다. 누가 수임을 했던 간에 해당 사건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혼연일체로 업무를 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율촌의 협업’이다.
윤 대표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수천억원의 배임죄 등으로 기소된 모 대기업 회장의 2016년 조세 사건을 들었다. 그는 “당시 송무그룹과 조세그룹, 부동산건설그룹, 기업법무그룹 등 다양한 그룹에서 에이스 7명이 모여 ‘워룸팀(War-room Team)’을 구성했다”면서 “그야말로 전시작전을 방불케하면서 사건 준비에 전력투구한 결과 승소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이같은 협업정신은 율촌이 후발 주자로 시작해 굴지의 로펌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자, 향후 로펌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강점이다. 그는 “현재 모든 로펌들에 전문변호사들이 골고루 배치돼 이른바 상형평준화가 이뤄졌다”면서 “누가 효율적이고 신속한 협업체제를 갖췄는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윤 대표는 또한 “이제는 조세, 공정거래 등 분류에 따른 ‘법역별 전문성’만으로는 고객에게 최선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어려우며, 산업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통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고객의 애로사항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아야 신속한 ‘이심전심 법률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법률 시장 개방과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외국 로펌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해외지사 설립 등 체계적인 준비를 갖춰온 점도 율촌의 강점이다. 율촌은 2007년 대형 로펌 중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윤 대표는 “2017년엔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베트남과 미얀마를 잇는 ‘동남아 법률서비스 네트워크’를 한층 공고히 구축했다”며 “해외 사무소마다 실력 있는 현지 변호사들을 고용해 한국 변호사와 긴밀한 협업 체계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미래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부터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화폐, 블록체인 등 신규 산업 분야의 활성화 및 순수 연구를 목적으로 학계, 업계, 관련 협회 및 규제기구, 입법기관 등과 함께 다양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을 뿐더러 관련 네트워크도 넓힐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얘기다.
클라이언트를 대할 때뿐 아니라 조직 내부 소통 과정에서도 율촌의 협업 문화가 발휘된다. 율촌은 지난 8일 스탠딩파티 형식의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경영진이나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율촌 비전 게시판’을 열어 전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통해 대표 변호사부터 어쏘 변호사까지 전 직원이 참여하는 토크콘서트 형태의 이색 행사가 마련될 수 있었다. 윤 대표는 “60세가 훨씬 넘은 입장에서 어색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끝내고 나니까 잘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올해는 율촌 2기 리더십이 시작되는 원년이다. 창업자인 우창록 변호사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윤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윤희웅 강석훈 3인 공동체제가 가동된다. 윤 대표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리더십으로 율촌 2기를 이끌 것”이라면서 “율촌이 현재 강점을 보이고 있는 조세 분야를 기본으로 지적재산권,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도 활약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 대표변호사는 20여년 간의 판사 생활을 마치고 1999년부터 율촌에 몸담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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