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격무…10여년째 정원 미달
[ 이인혁 기자 ]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격리수용해 치료하는 국내 유일 기관인 공주치료감호소가 의료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1000명에 가까운 범법 정신질환자가 수용돼 있지만 이들을 치료 및 관리할 정신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의료진 부족으로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4개 병동은 활용하지 못하고 비워뒀다. 최근 진주 방화 및 살인 사건 이후 정신질환자의 흉악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공주치료감호소의 의사 정원은 20명이지만 현재 11명만 근무하고 있다. 11명 중에서 정신과 전문의는 단 8명이다. 감호소에는 심신장애자, 약물중독자 등 1000여 명이 수용돼 있다. 정신과 전문의 1명이 120명 넘는 인원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10년 넘도록 의료진 정원을 채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만 감호소에서 일하던 정신과 전문의 6명이 민간병원 등으로 이직했다. 평균 근속연수는 4~5년 정도다.
정신과 의사들이 감호소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이다. 감호소 의료진의 급여는 공무원 보수 체계에 따라 책정돼 민간병원에서 일할 경우 버는 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새로운 수용자가 계속 밀려오는 바람에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더라도 조기에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진주 사건 이후 치료감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의료진의 처우 등을 개선해 정원을 하루빨리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급성 정신질환자는 의료진 1명이 10명 정도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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