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대표 해임 시도했지만 실패
일부 주주, 대표 1명 추가 선임 그쳐
[ 김보형/김재후 기자 ] 중장거리 항공사를 표방하면서 지난달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에어프레미아가 떠보지도 못하고 날개를 접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이사가 변경된 탓이다. 국토교통부는 운송사업면허 발급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면허취소 조치를 내리겠다고 강조해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종철 현 대표이사 외에 심주엽 이사를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이번 결정으로 에어프레미아는 김 대표와 심 대표, 2인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된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김 대표 해임안도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었으나 실제 상정은 안 됐다. 김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 출신으로 2009~2012년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 사장을 지냈다. 그가 대표를 맡은 이후 제주항공은 1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항공기 기종을 과감하게 하나로 통일해 비용을 절감하는 등 항공산업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기존 LCC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 중장거리 노선에 특화된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에어프레미아를 설립했다. 비즈니스 좌석보다 저렴하지만 이코노미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도 그의 아이디어다.
하지만 지난달 운송사업면허를 발급받은 이후 항공기 도입 기종과 운용(리스) 방식 등을 놓고 김 대표와 이응진, 김지태, 금창현 등 사내이사진 및 기관투자가 등이 갈등을 빚었다. 사업 초기부터 투자에 참여한 휴젤 계열사인 서울리거코스메틱스와 베스트1호 투자조합 등도 목소리를 내면서 사태가 한층 꼬였다. 에어프레미아는 동남아시아 등을 운항하는 기존 LCC와 달리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해 보잉 787 등 고가 항공기 도입이 필요하다. 표면상 이유는 항공기 도입에 대한 의견 차이지만 실제로는 김 대표를 경영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에게 대표이사의 고유권한인 경영권과 인사권을 내놓으라는 게 핵심”이라며 “운송사업면허 발급 이후 운항증명(AOC) 취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에어프레미아는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인력 확보와 조직 구성, 항공기 도입계획, 국제선 취항 예정 국가의 허가 여부 등 1300여 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받는 AOC 절차는 운송사업면허 발급 1년 내에 통과해야 한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날 대표이사 변경으로 면허 취소 위기를 맞았다. 대표이사 변경은 항공 면허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 계열사인 LCC인 진에어가 외국(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부사장을 등기임원에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었다. 국토부도 지난달 5일 에어프레미아와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항공 등 세 곳에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내주면서 이번 면허 발급이 사업계획서 준수를 전제로 한 ‘조건부’ 면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의 대표이사 변경은 면허 발급·유지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이라며 “대표이사 변경에 따라 기존 면허를 유지할 수 없고, 변경면허를 신청해 다시 심사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에어프레미아가 변경면허 신청서를 접수하면 대표자 변경에 따라 투자 변경이나 사업계획 변경 등이 있는지 신규 면허 심사수준으로 엄격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변경면허 심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에어프레미아의 실제 취항은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보형/김재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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