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권이 상반기 채용문을 열었다.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는 소폭 늘었지만, 전공이나 경력을 요구하는 전형이 추가되면서 취업 바늘구멍은 더 좁아졌다는 평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투자공사, IBK기업은행 등 4개 금융공기업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이 상반기 채용을 확정했다.
이들 8개사의 채용 규모는 총 1200여 명으로 작년 상반기(1174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아직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고,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상반기 채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채용 인원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 채용이 예년과 다른 점은 모집 전형이 더 세분화됐다는 점이다.
전날 일반직 신입행원 공채 서류 접수를 시작한 우리은행은 이번 채용부터 직무 분야를 기존 6개에서 9개로 늘렸다. 일반 부문이 개인금융, 기업금융, 글로벌 부문으로 나뉘었고,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이 디지털과 IT로 분리됐다. 지역인재,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리스크·자금도 전형을 구분해 별도로 뽑고 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일반직 신입행원 250명을, 사무지원직군 50명을 채용한다. 사무지원직군은 지난 16일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16년 만에 상반기 공채에 나선 신용보증기금도 분야별로 전문인력을 나눴다.
일반전형(55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채용을 진행했다. 특별전형은 정보통신기술(5명), 데이터 전문인력(2명), 리스크관리(4명), 기술평가·투자심사(4명)로 전형을 세분화해 총 1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특별전형 지원자들은 각 분야에 관한 전문 자격증 또는 석사 학위 이상의 전공을 충족해야 한다.
서류 접수는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진행했으며, 최종합격자는 오는 7월 중순에 발표한다.
채용 세부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채용 전형을 세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하반기 국민은행은 600여 명을 채용했는데 이 가운데 200여 명을 IT, 디지털, IB, WM 등 핵심성장 분야의 경력직 전문인력으로 채웠다.
신한은행 또한 작년 하반기 채용을 △개인금융 △기업금융·WM △ICT·디지털 △리스크·빅데이터 △IB·자금운용·금융공학 총 5개 분야로 구분해 진행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 '전공 불문'을 내세웠던 금융권이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바늘구멍 통과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 이후 금융권에 필기시험이 부활했고, 디지털뱅킹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커졌다. 블라인드 채용이 일반화됐지만, 이런 장벽들로 금융권 취업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권 취업을 희망한다면 직무와 채용전형을 분석해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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